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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양양덕 - 세상을 품은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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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32회 작성일 15-01-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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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거주춤 서 있는 한 그루 플라타너스
몸이 텅 비었다


언청이 입술처럼 갈라진 휑한 공간
갈 곳 잃은 낙엽들 하나 둘 모여들고
때로는 매서운 겨울바람 들어와 몸을 녹이다 간다


누군가를 향해 몸뚱어리 한편 열어놓고
얼어붙은 땅 제 몸으로 녹이며
허리에는 덕지덕지 광고도 매어있다


지친 행인의 발자국 소리
어디선가 들리는 호들갑스런 웃음도
얼룩덜룩 버짐 속에 쓸어 담으며
흩날리는 눈발 속에 서 있다


나무는
그가 세상을 품은 것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