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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정영애 - 부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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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41회 작성일 15-01-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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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세상을 떠났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해야 할 계산이 있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삼 만원을 냈던 친구
그럭저럭 시간을 보낸 사이가 아닌
십 수 년 간 입 속의 혀라고 생각했던 친구
나의 슬픔을 지고 갈 것이라고 믿었던 친구
무엇보다 꽤 먹고 살 만 한 친구
나는 쪼잔하게 영정사진 앞에서 우정을 액수로 매겼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마음 같아서는 열 배를 주고 싶었지만
돈 계산은 정확해야하므로
슬그머니 화장실에 들어가 내 마음 다섯 장 중에서
푸른 갈등 두 장을 뺐다
혹시 친구도 서운해할까봐
봉투가 두둑하도록
애도의 마음 함께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