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호2004년 [시-박명자]비 내리는 호수 동쪽을 혼자 걷다
페이지 정보
본문
바람불고 비나리는 호수 둘레 4킬로를
혼자 걷는다
동쪽을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호수도 레인코트를 껴입고
단단히 돌아앉아 비를 맞는다
누가 내 생각을 비틀다 간다
누가 내 주머니를 물 먹인다
누가 내 비자금을 뒤집는다
누가 가슴의 상처를 만지고 간다
누가 빠르게 스쳐 윗저고리를 열고
가슴 속 비밀을 울리고 간다
저고리 단추를 잠그어도 기웃거리는 비
실상의 무게중심을 흔들고 내 사유의 집 한 채
무너뜨리는 비
드디어 나는 비가 되어 주르륵 미끄러진다
혼자 걷는다
동쪽을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호수도 레인코트를 껴입고
단단히 돌아앉아 비를 맞는다
누가 내 생각을 비틀다 간다
누가 내 주머니를 물 먹인다
누가 내 비자금을 뒤집는다
누가 가슴의 상처를 만지고 간다
누가 빠르게 스쳐 윗저고리를 열고
가슴 속 비밀을 울리고 간다
저고리 단추를 잠그어도 기웃거리는 비
실상의 무게중심을 흔들고 내 사유의 집 한 채
무너뜨리는 비
드디어 나는 비가 되어 주르륵 미끄러진다
- 이전글[시-박명자]소문을 밀어 올리는 겨울 나무들 05.03.26
- 다음글[시-김춘만]미시령 넘어 가는 길 0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