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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신민걸 - 싸리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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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83회 작성일 15-01-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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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꽃 보러 갔다 오니 내 꽃 이미 시들었더라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나는 나를
아무 것도 남지 않았네, 나는 너를
다독이고 다독여도 안 되는 것을
내가 내가 아닐 때까지
갈 데 까지 갔더니 기껏
올 데 까지 왔더라
나 아닌 사람이 무지 많더라
우리는 미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아픔이 지독한 슬픔을 동반하여라
무능하고 무책임한 나 역시
최선보다는 최고를 선택해야 하니
아득한 당신이 마시는 술은
늘 비수와 같이 꽂히는 말씀
아프지만 아프다고 하지 못해 더 아프고
양심에 끼어들 여지를 두지 않아
지금은 꽃이 더 피어야 할 때
幻滅과 還滅 중에서 우리는
흐드러진 싸리꽃을 택할 것이나
절규 아닌 꽃이 어디 있으랴
내 꽃 두고 자꾸만 네 꽃 보러 가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