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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신민걸 - 안빈낙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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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78회 작성일 15-01-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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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꽃잎 다 떨구고 발그레한 저 벚나무의 시작을 안빈이라 하자, 죽은 듯 서 있다 느지막하게 조막손 내미는 저 은행나무 역시 그리 부르자, 졸린 부엉이 눈을 하고는 빠르게 오가는 저들을 광속 으로 느리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아침마다 돌아다니는 저 사람들은 낙도라 하자, 그들이 근근이 찾아 헤매는 그 길 역시 함부로 몰아 도라 부르자, 바람은 머리 위를 휘돌고, 햇 살은 살짝 도로 짙어지고, 버찌가 툭툭 불거지자마자 붉은 잎 떨구 는, 은행이 큼큼하자마자 노란 잎 떨구는 저 나무들을, 그 길 아래 갈지자로 걸어가는 이들을 값싸게 싸잡아 안빈낙도라 하자, 느리게 돌아가는 저 흐릿한 꼴을 광속으로 돌아가 빠르게 볼 수도 있는 것 이다, 졸린 부엉이는 언제나 졸다 말다 근근부지하고, 바람은 햇살 과 더불어 내내 흐지부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