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2014년 [ 시 - 박대성 - 깊은 수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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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먹이를 제 손을 써서 입으로 가져가지 않고
먹이를 집어오도록 노예를 부리는 건 사람밖에 없다.
주인의 말을 거역하지 않는 저 수저들
뜨겁고 차고 비리고 신 것들을 향해
내리 꽂히는 수저들
그리고 그 피폭물을 입에 넣는 사람들
수저,
한 점 살도 없이 앙상한 아버지의 화신
쓰고 짜고 매운 것들을 향한 명령에
단 한 번 게으름도 거절도 없이 내리 꽂히는 수저는
쇠가 아니다.
소다.
한 마리 소를 핥고 깨물고 으깨고 씹어 먹는
내가 쇠다.
두들겨 펴면 깡통 하나쯤 만들 수 있는 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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