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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박대성 - 돌의 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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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48회 작성일 15-01-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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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무례하게 들춰본 적 있다.
돌이 가벼웠다.
묵묵한 돌은
자신이 너무 무겁지는 않을까, 오직 그 걱정뿐이라는 걸 보았다.


비바람 눈보라에도 자신의 무게를 덜어내며
돌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돌은 지렁이나 개미들에게 아주 따스한 지붕이었겠다.
개미가 슬어 놓은 알들이 진주 같았는데
어쩌면 그 진주는 돌이 슬어 놓은 것일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
이 들었다.


구르다 멈춘 그 자리에서 무릉계를 이룩한 돌은
그저 묵묵히
진주알의 진자리 마른자리를 갈아 뉘며
지붕이고 하늘이 되었다.
구상도 설계도
미동 하나 없이 이룬 신세계의 지붕이
복사꽃잎처럼 가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