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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박대성 - 마주 본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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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84회 작성일 15-01-12 17:58

본문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젖을 물리며 서로 얼굴을 본다는 것이다.
바라보는 정도가 아니다.
서로 마주보며
나는 너의 숭고한 어미란다.
나는 당신의 거룩한 새끼랍니다.


어미의 젖은 뜨거운 분수처럼 솟는다.


그러나
짐승들은 젖을 먹일 때 서로 마주 보지 않는다.
젖을 내어 줄 뿐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렇게 마주 보지 않아서 짐승은 제 새끼를 내다버리지 않는다.


마주 보지 않아도 더 큰 사랑을 나눌 수 있기에
마주 보지 않아서 서로를 버리지 않는다.


마주 본다는 것은 어쩌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서늘한 전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