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2014년 [ 시 - 최명선 - 내 나이가 어째서 ]
페이지 정보
본문
봄이 왔다기에, 꽃이 피었다기에
깃발 같이 펄럭이는 마음 앞세워
산을 올랐다지요
색색으로 환하게 갈아입은 꽃나무들
반가워, 반가워 인사 건네며
신나게 산을 올랐다지요
마음에 한참 꽃물이 드는데
쉬었다 가자고 몸이 졸랐답니다
피하는 일이 꼭 무서워서는 아니었다지만
들어주는 척 그냥 앉았다만 가는 거였다지만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하다가 꼬리 슬쩍 내렸다지요
사랑도 아니고 이별도 아니고 내 나이가 어째서
쉬어가기 딱 좋은 나이가 됐을까
죄 없는 꽃에게 하소연하다 왔다지요
늘어진 깃발처럼 꽃그늘에 앉아
슬픔도 환하게 그러다 왔다지요
- 이전글[ 시 - 최명선 - 길속의 길 ] 15.01.12
- 다음글[ 시 - 박대성 ] 15.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