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2014년 [ 시 - 최명선 - 할머니의 꽃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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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를 의지한 채
목단 꽃을 품고 오시는 할머니
돌아보니 등에도 한 짐 지셨다
어느 날엔 붉은 장미를
어느 날엔 이름 모를 풀꽃들을
문신처럼 옷 가득 피워내신다
꿈길도 춥다는 아흔의 열린 문,
꺼진 봄 켜놓고 기도라도 하시는지
뿌리도 없이 잘도 벙그는 할머니의 꽃
눈 오시는 오늘은 또 무슨 꽃을 피우셨을까
우산을 피해 나온 둥그런 등줄기에
환하게 켜진 보랏빛 라일락
그 위로 겨울 나비 내려앉는 저 몸은
바람이 터를 일군 사철 꽃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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