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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최명선 - 허공도 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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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30회 작성일 15-01-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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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담쟁이
힘겹게 담 위를 기어올라가더니
몸 틀어 옆으로 길을 내고 만다


더 이상 위로는 켜지지 않는 길


너무 부드러워 기댈 수 없는
허공이라는 벽 앞에
흘러내린 시간은 묵약처럼 깊은데
그 벽을 찢으며 날아가는 새떼를 따라
바람을 당기는 푸른 잎들


환하게 봉인 된 벽壁과 벽闢사이
갇힌 건 무엇이고 열린 건 무엇인가


이 생각 저 생각 피다 지는
담쟁이 넝쿨 아래
올려다보니 갇힌 건 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