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2014년 [ 시 - 김종헌 - 심각한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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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나 보던
크림반도의 전쟁
시시때때 벌어지는
촛불집회 보다도
친한 친구의 말다툼이
기름으로 뒤덮힌 바다와
먼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린다는
뉴스보다도
우리 집 위층 꼬마의
콩콩대는 층간 소음이
내겐 더 심각한 일
소주잔을 부딪힐 때만
손닿지 못하는 부정과
손댈 수 없는 불의에 대해
목청만 드높이다
취한 술을 핑계로
빨간불의 횡단보도를 건너고
골목길에서 지퍼를 내리는
어쩜 나란 놈이
더 심각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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