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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권정남 - 검은 비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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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75회 작성일 15-01-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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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비닐이 날아다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 다리에 감기며
힐끗힐끗 나를 쳐다보더니
곤두박질치 듯 가슴에 매달린다


호숫가 산기슭 작은 봉분 옆을 지나간다
컹컹 짖으며 나를 따라오는 저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리는
검은 비닐로 환생한 네가
나를 보고 반가워 정신없이 쫓아오며 짖는다
연인처럼 팔에 매달리더니
호숫가를 지나 국사봉 정상까지
숨찬 나를 데리고 올라가
좋아서 펄쩍펄쩍 뛰어 오르고 있다


바람 부는 저녁, 영랑 호숫가
날아다니는 검은 비닐 속에
컹컹
네 영혼이 칭칭 감겨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