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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권정남 - 진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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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13회 작성일 15-01-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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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쏟아지는 사천 땅 공원묘지
긴 적막이 흰 색 차일을 치고 있다


태풍 루사*와 전투하다 장렬하게 전사한
아름다운 청년, 너를 위해
이팝 꽃 같은 눈꽃들이 허공을 휘감으며 살풀이를 추고
바람에 몸을 맡긴 소나무들이 영가곡을 부르며
진혼제를 지내고 있다


그날, 작살처럼 내리 꽂히던 빗줄기 속
절규하던 너의 목소리가 아직 구천을 맴도는데
해마다 팔월 마지막 날이면
왕릉보다 더 위대한 너의 봉분 앞에
대관령 노을이 피를 토하며 포복을 하는데


이승과 저승의 경계엔 아직 펄펄 눈이 내리고


훈장 같은 너의 묘비명 위로
흰 소원지를 매단 나무들이
극.락.왕.생
신주처럼 떨며 서 있는데



※ 루사 : 2002년 8월 말 강릉 지방을 강타한 태풍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