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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권정남 - 검은 미라 - 북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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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88회 작성일 15-01-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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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리 하늘아래
검은 미라들이 줄에 꿰인 채 걸려 있다


이집트 미라전에서 본
노인들의 검은 시신이다
나일강가에 낚싯대를 내려놓고
푸른 물속을 유영하던 박제된 젊음이다
모래바람 사막을 쏘다니던
굳은살 박인 발바닥이
박물관 유리벽을 뛰쳐나온
스크럼을 짠 검은 미라들이
퀭한 눈, 허공을 응시한 채 한 겨울
얼었다 녹았다 줄에 매달린 채


먼 이국 땅, 눈보라치는 용대리 하늘 아래
소리 없는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시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