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2014년 [ 시 - 권정남 - 발치拔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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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에 있던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뽑아냈다
생의 즙 같은 삭은 피가 고여 있고
함몰된 자리가 우물처럼 검고 깊다
내 삶을 받쳐주던, 주춧돌 하나를 들어낸 자리
더러는 검붉은 아픔이 고여 있고
더러는 아침 햇살이 혀끝에 물보라처럼 감겨져 있다
세상을 씹고, 詩를 씹고, 사람을 씹고,
질근질근 씹다가 못해 바수기까지 한 내 원죄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레이저 빛에 복사된 투명한 부끄러움들
그 대가로 협곡 같은 잇몸에 철심 나사못을 박는다
세상 앞에 반듯하라고, 당당하라고
생의 나이테 같은
묵은 고목 같고, 이끼 낀 주춧돌 같은
깊고 단단한 뿌리를 들어낸 자리가
비릿하고 우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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