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호2004년 [시-박명자]깊은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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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호수가 깊은 숨쉬면서 돌아누울 때
어디선가 정액 냄새가 났다
중생대의 짐승들이 건너 간 듯
높고 낮은 발자욱들이 수면 위에 물 무늬를 짓는다
아직 때가 이른가
두루마리 비단 피륙을 가을 정수리에
주루룩 깔아 폈을 때 어김없이 아침 햇살이
먼저 들어와 은종을 흔들면서 호수 둘레 4킬로를
구석구석 돌아 다녔다
갈 숲을 역류하던 시간들이 흰머리 풀고
그의 잔가지를 흔들면서 바람 사이로 빠져나갔다
어디선가 정액 냄새가 났다
중생대의 짐승들이 건너 간 듯
높고 낮은 발자욱들이 수면 위에 물 무늬를 짓는다
아직 때가 이른가
두루마리 비단 피륙을 가을 정수리에
주루룩 깔아 폈을 때 어김없이 아침 햇살이
먼저 들어와 은종을 흔들면서 호수 둘레 4킬로를
구석구석 돌아 다녔다
갈 숲을 역류하던 시간들이 흰머리 풀고
그의 잔가지를 흔들면서 바람 사이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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