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2014년 [ 시 - 채재순 - 오늘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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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은 저리도 무심하게 피고 지고
아침 바다가 이렇게 싸늘할 줄이야
새벽빛 같던 아들아
복사꽃 닮았던 딸아
늦어서 미안해
손잡아주지 못해 미안해
이 말밖에 할 수 없어서 또 미안해
노란 리본 물결 세상인데
네가 떠난 이 세상엔
나뭇잎은 진초록으로 울울창창한데
오늘 아침도 등교하지 못하는 너를 그린다
더 이상 지각한다고 잔소리 못하고,
널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게 사실이라는 것에 목이 메인다
네가 어디선가 웃으면서 달려올 것 같아
날마다 뒤돌아본다
치유할 수 없이 병든 세상을 떠나
변명과 떠넘기기 난무하는 여기를 떠나
저 천 갈래 바람 속에서
엄마를 부르는 네 목소리
네 밥그릇 위에 손을 얹고
네 이불을 가슴에 앉고
이름을 불러본다
아직도 네게 줄 게 많은데
너는 없고 나는 지상에 남아 있구나
좋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건네는 오늘 아침
이팝나무 꽃무더기 사이로 내민 네 얼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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