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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채재순 - 똥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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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05회 작성일 15-01-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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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무렵 닭 몰아넣다가 똥통에 빠진 동생 씻기고 또 씻기더니 한숨 자게 한 후 시루떡을 해놓고 온 가족을 먹이던 어머니 똥독이 오를까봐 변소 귀신이 노할까봐 똥떡을 해 놓고 빌고 또 빌었지 마당 한가운데 서 있으면 거대한 똥통에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똥독 오른 얼굴들이 창문에 매달려 있다 똥냄새의 진원지를 찾느라 쿰쿰거리는 세상 침을 뱉을 때마다 발목이 빠지고 여기저기 똥통이 놓인 것도 모르고 사는 지금 지나고 난 뒤에야 똥통이었던 걸 알게되는 천방지축의 시간들 똥통을 건너오느라 기진맥진해진 저녁 똥떡에 넣었던 늙은 호박 같은 노을이 지고 있는데 똥떡을 뚝 떼어먹고 한 획을 그으며 가는 새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