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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채재순 - 귀신고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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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04회 작성일 15-01-1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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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처럼 왔다가 가는 고래
일 년 동안 다닌 거리가
2만 킬로미터,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싸돌아다녀서
저리도 바다는 거칠게 출렁이고
수심은 깊어졌지


바다 속이 궁금한 날엔
파랑이 새겨진 귀신고래의 등을 읽어 볼 일
온 몸에 따개비 가득한 그를 보는 건
그가 다녀온 곳들,
몸 구부려 닿은 것들의 지도를 보는 셈


한 세계에 닿기까지 그 망설임의 시간들,
설렘의 순간들을 아직 번역 중인데
너른 세상 어디엔가 지느러미를 가져다대는 일
그것이 생이라고
바다 위로 솟구쳐 오르는 귀신 고래
가끔 바다를 가로질러 오는 그를 보면
그 몸이 전부 망망대해라는 걸 알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