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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장승진 - 은빛 울산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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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89회 작성일 15-01-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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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엔 겨울비가 내렸다
바다에서 올라온 해룡이
밤새 설악을 어디론가 데리고 다녔나 보다
이불 속에서 늦잠을 만지며
가는 한 해를 아쉬워하고 있을 때
은빛으로 변신한 울산바위는
동해의 어둠을 쓸어내고 있었다


뒤엉킨 욕망의 뿌리들이 가끔
비질에 쓸려 나왔지만
반짝이는 봉우리의 눈부심엔 대적할 수 없었다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눈꽃들로
장엄하게 포진한 소나무 군단의 호위
하늘에서 강림한 듯
뿜어 나오는 위엄


속절없는 세월이 갔다
드라마틱하게 드라마틱하게
그러나 조용하게 이룩한 변신
얼마나 뜨거웠을까
차갑게 좌정한 은빛 울산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