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2014년 [ 시 - 이구재 - 스코올(squ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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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하순
베트남 호치민 시의 하오
벤탄 시장 근처에서 맞은 벼락 비
달리던 오토바이 행렬이 사라지고
텅 빈 길과 나무와 지붕에
대륙성 강우가 까무라칠 듯 쏟아졌다
양철지붕의 시장 속에서 듣는
굵고 빠른 빗소리, 천둥소리
발 밑을 기는 바퀴벌레의 대이동
인파에 스척이는 민소매 팔뚝에는
무서움이 돋았다
그 북새통 속에서도 낙천적인 현지인들
순진한 미소와 느리지만 생동감 있는 표정
잠시, 언제냔 듯 비가 멈춘 하늘은
시침 떼듯 파랗다
상록의 나뭇잎
물방울을 보석처럼 매달고
함박웃음으로
거리의 행인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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