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호2004년 [조완호]아버지·1
페이지 정보
본문
—유택
아버지는 연백 땅이 내려다보이는 강화도 마니산
꼭대기에 당신을 묻어달라고 했다
개성을 지나 신막 가는 기차를 타고 두어 시간,
황해도 서흥군 매양면 이화리
보이지는 않더라도 실컷 바라다보기라도 하게
꼭 마니산 꼭대기에 묻어달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무슨 빽으로 그곳에 아버지의 마지
막 거처를 마련해드릴 수 있단 말인가
사고 팔 수 있는 야산도 아니고
엄연히 국립공원인 그곳에,
그러나 먹다 걸렸다는 목구멍 복숭아 뼈처럼
가슴 한가운데 들어박혀 소화되지 않는 죄스러움,
어쩌면 아버지는 경기도 용인, 천주교 묘원이
당신이 늘 찾아가고 싶었던 그곳,
마니산이라고 생각하며 누워 계실 줄도 모른다
남의 말을 하도 잘 들어
평생 속으며 사는 일에 이력이 났던 아버지는
오늘도 용인 천주교 묘원을 마니산이라고 생각하
며 누워계실 줄도 모른다.
신막 가는 기차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며.
조완호 : 1954년 서울 출생. 1976년『현대문학』으로 등단. 계간「문학
마을」발행인
아버지는 연백 땅이 내려다보이는 강화도 마니산
꼭대기에 당신을 묻어달라고 했다
개성을 지나 신막 가는 기차를 타고 두어 시간,
황해도 서흥군 매양면 이화리
보이지는 않더라도 실컷 바라다보기라도 하게
꼭 마니산 꼭대기에 묻어달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무슨 빽으로 그곳에 아버지의 마지
막 거처를 마련해드릴 수 있단 말인가
사고 팔 수 있는 야산도 아니고
엄연히 국립공원인 그곳에,
그러나 먹다 걸렸다는 목구멍 복숭아 뼈처럼
가슴 한가운데 들어박혀 소화되지 않는 죄스러움,
어쩌면 아버지는 경기도 용인, 천주교 묘원이
당신이 늘 찾아가고 싶었던 그곳,
마니산이라고 생각하며 누워 계실 줄도 모른다
남의 말을 하도 잘 들어
평생 속으며 사는 일에 이력이 났던 아버지는
오늘도 용인 천주교 묘원을 마니산이라고 생각하
며 누워계실 줄도 모른다.
신막 가는 기차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며.
조완호 : 1954년 서울 출생. 1976년『현대문학』으로 등단. 계간「문학
마을」발행인
- 이전글[함혜련]바다를 낳는 여자 05.03.26
- 다음글[시-박명자]강릉 위촌리 달집태우기 0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