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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함혜련]바다를 낳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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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576회 작성일 05-03-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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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지금 세포갈이를 하고 있다

저 억억만 생명의 기계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
어제 일한 낡은 세포는 기계 밖으로 밀려 나와
파도치며
파도치며
모래밭에 나와 부서진다
부서진 세포는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기계에 맞불려
들어가고

바다가 날의 밤마다 세포갈이를 한다

끝없는 향해를 계속하려고
낮의 나무를 베어
밤의 배를 만든다

온갖 생명의 보금자리인 바다가 지금 활발하게
세포갈이를 하고 있다

엄숙한 이 시간에
저 억만 대 억억만의 맺힘 끊어지고
새 열림 맺히는 소리

그 일 이 내 몸 속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밤 12시, 3시 사이
보름달은 망원경으로 밤바다를 취재하고
바람은 조간을 찍고
내일 아침의 바다가 지금
내 몸 속에서 태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