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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김춘만 - 냄새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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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36회 작성일 15-01-1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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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장항아리다.
그 사람에게서 묵은 장 냄새가 난다.
물로 씻어도 보고
숯을 넣어 지워보려고 해도
고집 센 냄새는 실체도 없이 요지부동이다.


할머니 때 쓰던 장항아리를
어머니도 평생 장 담갔으니
하루 이틀에 사라질 냄새 아니다.
애초 안 되는 것을 아내는 어찌해보겠다고
오늘도 물을 채운다.


그 사람 향 짙은 매실이나
새콤한 오미자로 오지 않고
저벅저벅 물 채운 항아리 속으로
장맛 나는 달그림자 불러들여
한바탕 휘젓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