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4호2014년 [ 시 - 김춘만 - 봉가네 집 ]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77회 작성일 15-01-13 13:49

본문

대나무에 둘러싸인 외딴 집에
봉가 아저씨


봉씨도 아닌데도
봉가로 불리는 건 이유도 없지만
봄 내내 산을 타고
여름 내내 산을 타고
가을 내내 산을 탄다.


고사리, 고비, 취나물, 참나물 뜯고
칡뿌리, 더덕뿌리, 도라지 캐고
능이, 싸리버섯, 송이, 노루궁뎅이 딴다.


아내랑 밥장사 하는데
웬만한 건 자기 손으로 채취한 거라고 아끼지 않는다.


도토리묵도 한 솥 고아
한 사발씩 권한다.
답답할 때 봉가네 가면 막힌 속도 뚫린다.


대나무 숲에 단단히 둘러싸여있어
봉가네가 인심 좋은 건
아직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