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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윤명]장거리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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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506회 작성일 05-03-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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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꿈벅이며 그는
귀에 수화기를 대고 있었다

무지개 드리운 능선 너머
여울에 실려 오는 솔 향기에
흠뻑 온몸에 적시며

40년 전에 떠나온 고장
울타리마다에 남겨 놓고 온
상처받은 덩굴장미에게서 걸려오는
장거리 전화

그 속에는
밤새 호롱을 들고 탑돌이 하던
반딧불이들의 사연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햇빛 마을의 잔디밭으로 퍼져 나가던
종소리는 마침내
후미진 그의 골방문을 열고
메아리져 오고

그리하여 그는
수평선에 뜬 돛배의 가슴으로
종일을 행복에 겨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