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2014년 [ 시 - 박명자 - 가을 대관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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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32m
대관령의 가을을 땀으로 밀고 오르자면
시간에 상처 입은 나무들이 가로 세로 흔들리며
하늘계곡을 혈점 찍으며 내려오더라
아흔아홉 구비 대관령 단풍나무 신갈나무
오리나무들이 주르륵 미끄러져 내릴 즈음
사향노루 한 마리
사스레 나무숲에 주둥이를 숨겼지
방향 바꾸어 상원사 계곡 구룡폭포 쪽으로
오르다가 선뜻 뒤돌아 보게나
산천어 금강모치들이
은빛 지느러미로 점핑하는 저 묘기 좀 보라!
단풍나무들이 기우뚱 기우뚱
우우우우 소리치며 춤을 추며 내려오는 계곡
피카소보다 어려운 그림 한 장 빈 가지에
걸어두고 어디론가 흩어지는 잎새들…
외눈박이 가을풍경 한 장만
덜컹거리더라
리듬으로 나부끼는 가을 대관령
가파른 생의 음계 꼭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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