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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초대시 - 고형렬 - 나그네, 중력을 잃다-금강대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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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42회 작성일 15-01-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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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다리가 지나간다
토목수로공사가 한 마을을 둘로 갈라놓았다


나는 사라진 저 북쪽의 작은 다리를 건너왔다
메마른 시가지를 지나고
등자뼈가 울린다
하나를 갈라놓고 호수를 먼 바다로 열었다
하나의 하늘을 둘처럼 연결했다


언제나 다리에서 시간은 미래를 향하기 마련이다
상판 위엔
해독 불가한 예언의 소음들이 증발한다
소리는 우주복을 입은 꿈으로 중력을 잃는다


허공에서 시간을 붙잡고 떠오른다
시인은 셰이크핸드 그립으로
시간보다 더 빠른 탁구공을 부서지게 때린다
따악,
강제된 시간의 포스트잇이 벽에 붙는다


너무 쉽게 상판이 하늘을 건너가고 있다
너무 위험하게 상판이 하늘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