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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초대시 - 고형렬 - 거울 속 상하이 귀뚜라미 외 5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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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53회 작성일 15-01-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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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상하이로 가고 싶다
상하이 귀뚜라미 울음소리 들으러
가을 하늘을 가슴에 담고 우는 귀뚜라미들


주변에서 적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허약해지고
한국의 젊은 시인들은 빨리 늙는다
너는 어디서 피를 토하는 울음소리를 배웠니


어느 늪가의 칼날풀잎 사이에서 자랐다
이 가을 다 가면 우리의 개체는 모두 죽는다
나를 잡으러 어서 오시지요
저 상하이 귀뚜라미 경매장으로
어서 뛰어가요 늦기 전에


거기서 싸우다 그들은 죽고 싶다
슬픈 것들을 모두 이긴 다음, 혼자 남아서
모든 피투성이의 죽음을 안고 죽는다는 가을
햇살을 친친 목에 감는
상하이 귀뚜라미
죽음의 의미와 값을 매기고 싶었다


하늘은 파릇파릇, 독 오른 풀줄기의 나라
귀뚜라미들 상체기가 새파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