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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추모특집 - 작품연구 - 박명자 - 갈뫼의 아버지, 그 희생의 발자국을 기리며_5. 윤홍렬 작가의 작품의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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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010회 작성일 15-01-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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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전2)>
윤작가의 중편소설 <영전>은 오늘날 21세기 우리사회에 실핏줄처럼 번지고 있는 자본주의 사상과 황금만능주의 세태가 안고 있는 갈등구조와 조직사회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묘사했다. 그 도가니 속에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성달수(공무원)라고 하는 주인공을 통하여 자본주의 사회 이면의 실상을 선 듯 헤쳐 보이고 있다.
주인공 성달수 그의 사고방식은 <정직한 것이 출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론이다. 성달수는 말단 지방공무원으로서 하늘의 별따기 같은 본사 인사계장으로 승진하기 까지 갖가지 비리. 뇌물공세 등 비행을 서슴없이 실행에 옮기는 것이었다. 그는 출세를 위하여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하여 승진의 계단을 밟아 올랐다. 문학이나 소설을 다시 놓고 생각해보면 문학은 도덕이나 종교. 정치가 하지 못하는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일어나는 승진비리. 선거비리. 문학상비리. 결혼 비리등 비합리적 만행을 윤홍렬 작가는 ‘소설’ 속 주인 공의 생각과 행동을 비유함으로서 사회 지도층과 독자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 백합꽃3)>
윤홍렬 작가의 중편소설 <백합꽃>을 읽으면서 작가님께서 추구하신 구원의 여인상이 환영처럼 떠올랐다. 백합꽃! 다소곳이 고개숙여 겸허한 덕목을 안으로 가꾸면서 여성적 내면의 품위를 지키는 백합꽃 ! 언제나 주변을 밝게 가꾸어 주는 동양적 여인 같은 백합꽃 ! 윤작가님께서는 어떤 의미에서 백합 같은 여인의 이미지를 찾아서 머나먼 삶의 여정을 땀 흘려 달려오신 것은 아닐까  <백합꽃> 소설의 배경은 서울근교. 빈민촌 부락이다. 성냥갑 같은 규모가 작고 허술한 바라크촌 산동네 방 한 칸 부엌 한 칸 낡은 가재도구들, 생활고에 찌들은 살림살이가 봄장마에 온통 흥건하게 젖어들고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송교민은 젖고 있는 살림도구들을 이리 저리 옮기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봄장마 빗줄기가 거세게 지붕을 내려쳐 집안은 온통 물바다가 되어있다.


“어머나 ! 천정이 내려 앉았어요 !”


놀라서 소리치는 아내의 비명을 들으며 송교민은 한숨만 깊게 내 쉴 뿐이다. 빗줄기가 억수로 퍼붓는 가운데 방안에 차오르는 물부터 퍼내라고 아내에게 이르고 송교민은 방 윗목에 놓여진 화류문갑을 옮기려 하였다.‘오 ! 화류문갑위에 피어있는 백합꽃 두 송이!’ 하이얀 백합 두 송이가 짙은 향기를 풍기며 송교민의 몸과 혼을 자극하지 않는가. 송교민은 일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서 백합의 아름다운 자태를 한없이 바라보며 서 있다. ‘가랑잎은 굴러도 대지는 살아있다’ 더니 광풍속 비새는 허술한 집.어둑어둑한 방구석에 화안한 등을 켜들고 조용히 서있는 백합꽃 ! 자연의 섭리인가
신의 은총인가 ! 구원의 여인상인가 ! 위대한 자연 앞에 무릎을 꿇고 자연을 경배하는 자세로 한참을 서 있었다.송교민의 학창시절은 젊은 혈기 왕성하던 용모도 준수하고 혈색도 좋고 음성도 우렁차고 아주 씩씩한 청년이었다. 미래의 일꾼을 양성하는 교육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S읍 보통학교 훈도로 부임하게 되었다. 부임한 학교는 학생들의 나이가 교사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몇이 있었으며 서전, 주역에 통달한 학생도 몇이 있었다.어느날 학교 후원회장 정만규가 자신의 외동딸과 혼담을 제의해왔다. 그리하여 송교민이 S학교 부임 6개월 만에 성대한 혼인잔치를 치르게 되었다. 송교민은 결혼식날 밤 크게 흐느껴 울었다. 부모 없이 외롭게 성장한 자신이 스스로 가엾어 흘린 눈물이었다. 1년 후에 옥동자 찬식이의 탄생이 있었다. 찬식이의 재롱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으나 찬식이 일곱
살 되던 해에 이 가정에 먹구름이 끼어들었다. 만주에서 독립운동 한다는독립운동가의 손자 교납금을 대납해준 사실이 일본관헌의 비위를 거슬린 사건이 있었다. 몇 번씩 일본관헌에 불려가는 일이 일어났다. 이 소설은 일제치하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겪어야 하는 탄압과 고통의 비극을 그려내고 있다. 윤홍렬 작가는 이야기 줄거리에 급급하지 아니하며 등장인물의 성격묘사와 심리적 갈등변화를 주로 표현을 하고 있다.


<역풍은 불어도 강물은 흐른다4)>


- 한국사의 심장을 강처럼 가로지르는 기나긴 삶의 이야기 -
윤홍렬 작가의 장편소설 <역풍은 불어도 강물은 흐른다>의 세계는 주인공들의 개성이 강하며 활동범위가 참으로 방대하고 개성이 날카롭게 표현되었다. 역사의 동맥처럼 조선반도 땅을 벗어나 광할한 만주 대지를 무대로 종횡으로 날고뛰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곧 세계사의 한 단면으로 떠오르고 잇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함경북도 청진·무주·간도·심양·두만강을 무대로 엮어 나가는 민초들의 삶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또한 치안대장·주재소·순사부장·관동군·해병대·공산당·세포위원장 등이 만나고 헤어지고 실타래처럼 엉켜 나가는 이야기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있
는 한국사 바로 역사의 단면이며 그래프처럼 자세히 그려지고 있다. 참으로 장대하고 심오한 역사의 큰 바람을 가슴으로 만나면서 휘청거렸다. 작품 속에서 당대 정치의 부패상. 사회부조리. 민족분열. 동족상잔 타락한 현실을 투철한 역사의식으로 칼질하고 있다. 가끔 민족적 정서. 혹은 전통에 대한 향수. 불교정신을 이야기 속에 담아 내기도 하였다. 또한 동족상잔의 비극적 국면이 체험적 작가론 속에 절실하게 묘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