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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추모특집 - 작품연구 - 권정남 - 작가 윤홍렬 소설에 나타난 인간성회복과 휴머니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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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53회 작성일 15-01-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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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단편 소설을 중심으로


들어가는 말

문학은 인생의 표현이고 현실의 반영이다. 현실을 토대로 구성한 개인적인 창조물이면서 사회적 현실에 그 연관성을 두고 있다. 또한 소설은 가공적인 이야기로 허구의 세계를 뜻하기도 하지만 인간 삶에 관한 새로운 탐구요 재해석을 뜻하기도 한다. 故 윤홍렬 작가는 1923년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나서 2014년 7월 3일에 작고하셨다. 동국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셨으며 속초에서 정년까지 교직에 재직하셨다.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셨으며 1969년 설악문우회를 창
립하고 이듬해 『갈뫼』 창간호를 발간하셨으며 속초 예총 초대지부장과 한국문인협회 초대 속초지부장을 역임하셨다. 작품으로는 단편소설 8편과 중편소설 6편, 그리고 장편 소설 1편으로 총 15편의 작품을 집필하셨다. 그중에 중, 단편소설 <백합꽃> <현실은 어두운 것> <이사관급> <영전> <갈매기집> <늦기 전에> <바보> <후회>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소설이 허구적인 인물의 재 창조 라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삶을 리얼리티 하게 반영한 작가 정신의 대변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통하여 윤홍렬 작가의 작가 정신을 예측할 수가 있다. 작품의 배경 무대는 주로 거주했던 속초를 비롯하여 역사적 아픔이 있는 휴전선 이남 강원도 영동지방이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작품 마다 전달하는 메시지나 주제는 약간씩 다르다. 하지만 위에 제시한 8편의 작품을 살펴보면 윤홍렬 작가의 작가 정신은 인간성 회복人間性回復과 휴머니즘humanism에 귀착이 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빗나간 삶에 대한 굴절된 의식意識과 그 대가

윤홍렬 작가는 현대사회에 있어 과도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인간성을 작
품 속에서 재현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독자들에게 던져 주고 있다. 작가 윤홍렬은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이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윤리적 도덕성을 벗어났을 때 비록 허구적인 인물이라고 할지라도 가차없이 그 대가를 치루게 하고 엄격한 벌을 준다. 작가는 사람이 가야 할 올바른 길 즉 정도正道로 살아가야 됨을 강하게 어필 하고 있다. 모든 소설은 절정과 결말 부분에서 작가가 의도 하고자 하는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작품 속 주제로 나타나게 된다. 그 주제는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명일 수도 있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져 주는 삶의 이정표일 수도 있다. 또한 주인공의 행동과 가치관에 대해 독자들로 하여금 인생을 재해석하게 한다. 단편소설 <이사관급>에서 살펴보면 먼저 주인공인 천길복 교장이 서무과장하고 과학 부서의 카메라와 영사기구입에 얽힌 납품 비리 이야기다. 직권을 남용하여 재물을 긁어모을 궁리나 하는 천교장이 교직원들에게 폭언은 물론 비교육자 적인 행동에 교직원들은 교장한테 모멸감을 느낀다. 과학과 서영민 교사와 방한영 교사가 비리를 일삼고 부정한 방법으로 자재를 구입하려고 하는 교장과 맞선다. 서무과장은 술 먹고 뇌일혈로 사망하게 되고 교장의 직위 남용및 납품 비리 투서가 경찰서에서 들어가 천교장은 2층 여관에서 조사를 받고 뛰어내리려다가 뇌진탕으로 사망하게 된다. 빗나간 교직자의 공권력 남용으로 공금을 착취 하려는 서무과장과 천교장은 그렇게 급사함으로서 빗나간 삶에 대한 대가를 치루게 된다. 또한 작품 <영전>은 출세욕에 눈이 먼 주인공 성달수의 일인칭 독백체 소설이다. 생존경쟁의 현장인 현실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가 있다. 성달수는 자신의 권모술수에 의하여서울 본사 인사 계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게되고 자신의 출세 영달 목표가 달성되자 성달수는 자만과 오만함에 빠진다. 선량하고 충직한 동료들의 전송을 받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손 흔들다가 창문으로 내민 머리가 전신주에 부딪어 사망을 하게 된다. 부정과 비리를 밥먹 듯이 한 부정한 인간의 말로를 죽음이라는 벌로 대신 한다. 소설 <입산증>도 마찬가지다. 만삭의 아내가 임신 중독증으로 몸이 부어아이를 출산하려고 하지만 병원에 갈 돈이 없다. 장천만은 직접 산에서 캔산삼뿌리를 시내에서 식당 하는 문복근에게 팔아달라고 한다. 하지만 야비한 문복근은 인삼을 사는 척하면서 경찰로 위장한 사기꾼에 고발하여 산에 들어가는 <입산증>없이 캔 인삼이라며 몽땅 빼앗아 버리고 그 사기꾼하고 호탕하게 술을 먹다가 갑자기 심장 마비로 죽게된다.
위의 세편 소설에서 살펴보면 <이사관급>에 나타난 천길복 교장이나 <입산증>의 식당 주인 문복근 사장은 다른 사람을 짓밟으며 정당하지 않는 방법으로 돈과 재물을 착취하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비양심적인인물들이다. 또한 <영전>의 성달수 인사계장은 개인 출세영달에 눈이 먼 처세와 권모술수에 능수능란한 캐릭터이다. 세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빗나간 삶에 대한 굴절된 의식을 가지고 있다. 반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인 삶이 인생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가치관을 작가 윤홍렬은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대가로 그들에게 죽음이 라는 엄한 벌을 내린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바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또한 천교장이나성달수, 문복근의 공통점은 약육강식 냉혈형 인간이다. 70년대를 전후한산업사회 부흥으로 상실되어가는 인간성과 물질만능 주의를 시니컬하게 표현 하였다. 하지만 교육자로 권력 남용과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천복만 교장이나 동료를 짓밟고 올라가 출세욕에 눈이 먼 성달수, 장천만의 산삼을 뺏으려는 문복근 모두 건전한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형이 아니다. 작가 윤홍렬은 세 주인공을 고대 소설에서 주로 주제가 되었던 권선징악勸善懲惡즉 죄의 대가로 천벌을 받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모두급사 하게 한다. 물질세계와 정신세계의 괴리에서 오는 인과응보의 대가를 치루게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서 작가는 따뜻한 시각으로 삶을 바라봐야 함은 물론 인간성이 말살된 차갑고 냉혹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듯 인간성회복과 휴머니즘 사상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삶에 대한 방향 제시와 인간성 회복

윤홍렬 작가는 작품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를 던져 주고 거기에 대한 해답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간형 창출과 캐릭터의 재창조라고 말할 수가 있다. 척박한 삶 속에서 꽃피는 인간애와 따뜻한 기후 풍토는 작가 윤홍렬의 소설 속 주제이며 동시에 중심 사상 휴머니즘이라고도 말할 수가 있다. 일제 치하와 육이오를 겪은 참담한 현실 앞에서도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꿋꿋하게 재기 하게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삶의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시대적 시련인 극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야 될까 하는 당면 과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소멸 되어가는 인간애와 인간성 회복에 소설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합꽃> <갈매기집> <입산증> <늦기 전에>와 같은 네 편의 소설 속에서 인간성 회복과 동시에 윤홍렬 작가의 인생관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소설 <백합꽃> 주인공 송교민은 일제시대 때 초등학교 교사이다. 제자 강홍철이 교납금을 못내어 졸업을 못하게 되자 담임이 대신 납부해준다. 그러나 독립유공자 손자라는 이유 때문에 경철서와 군청에서 교납금을 회수하라고 하지만 그들의 뜻을 거절하여 일본 경찰과 군청의 냉혹한 감시를 받다가 강원도산골로 전출가게 된다. 훗날 강홍철은 국무총리가 되어 스승을 찾는다. 송교민은 제자의 앞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보여준 참스승의 표본이다. 나라를 빼앗긴 암담한 현실 속에서 스승과 제자의 사도師道가 꽃피는 교육의 현장이다. 아름답기도 하고 눈물겨운 사제지간의 사랑과 인간애를 백합꽃 향기처럼 피워낸다. 주인공 송교민을 통하여 작가 윤홍렬은 교권이 무너진 현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참다운 스승상像을 제시해 주고 있다.
작품 <갈매기집>에서는 주인공 최여인은 19살 때 결혼하여 이년 만에 남편을 바다에서 잃어버린다. 바람 부는 부둣가에서 명태 잡는 일을 하는 남정네들을 위해 술을 팔고 해장국을 끓여 주며 생계를 이어간다. 아내를 먼저 보낸 한태길이 한테 측은지심惻隱之心내색은 안하지만 마음이 간다. 한태길은 배를 타는 남자들처럼 거칠지 않고 지성적이며 훈훈한 인격을 소유한 남자다. 명태 잡이 나갔다가 세찬풍랑을 맞고도 무사히 귀환하는 한태길이를 위해 안도의 숨을 내쉬며 최여인은 국밥을 끓인다. 두 사람은 세상풍파를 견디며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서로 나누며 올곧게 살아가는 부둣가 사람들의 인간애가 묻어나는 이야기로 더불어 살아가는 훈훈한 삶의모습을 작가는 작품의 주제로 나타내고 있다.<입산증>에서도 장천만은 만삭의 아내가 임신 중독증에 걸려 있지만 병원 갈 돈이 없어 산삼을 팔려고 문복근을 찾아간다. 하지만 문복근이 소개한 경찰을 위장한 사기꾼한테 걸려 온갖 고초와 수난을 겪게 된다. 하지만
문북근의 아내는 장천만의 만삭이면서 병든 아내를 생각해서 먹을 것을 챙겨 주고 돈도 준다. 문북근 아내는 남편과 판이하게 다른 진정으로 불쌍한사람을 도와주고자 하는 선량한 캐리터로 등장한다. 어렵게 살아가는 장천만을 위해 물질이든 돈이든 아낌없이 주며 격려를 해주고 손잡아주는 진정한 휴머니티를 실천하는 구원의 여인이다. 사악한 남편 문복근과 대비되는 케릭터로 세상이 상업화 되어가고 이기적으로 변해 가는 시대에 물질보다 생명, 즉 인간이 우선이라는 가치관을 제시 하였다. 작품 <늦기 전에>에서도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 속에 집에 두고 온 부모님 때문에 고성시 아야진까지 온 피난길을 ‘늦기 전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모시는 효성 지극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떤 어려운 상항에서도 고령의 부모를 모셔야한다는 생각이 천륜天倫의 도리이고 인간 본성의 발로인 효심孝心이 아니고 무엇인가, 피난길에서도 돌아가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자식의 도리를 작가는 핵가족화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진정한 효孝, 즉 인륜人倫의 도리를 실천할 줄 아는 참다운 인간성 회복人間性回復인 것이다. 문학은 현대 사회에서 위기를 구원하는 인간정신人間精神즉 휴머니즘humanism의 산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윤홍렬의 소설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허구적인 내용이지만 등장인물을 통하여 간접 적인 삶을 체험 하게하고 인간다운 삶을 실천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작품 <백합꽃>에서는 교권이 무너진 현대 사회 속에서 스승과 제자의 참다운 사도師道상像을 제시 하였다. <늦기 전에>서는 피난길에서도 목숨 걸고 천륜에 순종하는 참다운 삶과 사라져가는 진정한 효孝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던져 주고 있다. <갈매기집>의 주인공과 <입산증>의 주인공 문복근의 아내를 통하여 냉혹한 현대 사회에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기후 풍토를 조성하게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기 있는 삶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윤홍렬 작가의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감동을 받고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근원적인 문제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고민하게 된다. 작가 윤홍렬 소설에 나타나는 작품의 주제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 공동체적인 삶을 통하여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고 있다. 참다운 인간성 회복과 휴머니티한 인간 삶에 작가는 그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통하여 윤홍렬 작가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인생관이 잘 표출 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공간적 배경에서 오는 로컬리티locality와 직업의 공통성


작가들이 살아온 삶의 터전과 환경, 그리고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공간적인 배경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윤홍렬 작가의 삶이 묻어나는 공간적 배경인 로컬리티는 전쟁의 상흔이 훑고 지나간 바다와 설악산이 있는속초이며 북쪽 고성 지방까지 작품의 무대가 되고 있다. 작가 윤홍렬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생계를 위해 주로 어업에 종사 하거나 지성인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교직에 종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 단편 작품 속에서도 속초라는 지명이 여러 군데에 등장하고 속초의 풍광들이 뚜렷하게 묘사 되고 있다.
작품 <갈매기집>역시 공간적 배경이 바람 부는 속초 바닷가 청호동 어디즈음이다. 명태잡이 하는 어부들로 속초로 피난 나온 함경도 아바이들의 삶의 모습을 재현했다고 볼 수가 있다. 그들의 질퍽한 함경도 사투리 속에서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고향을 북에 둔 함경도 사람들의 아픈 삶의 모습과 애환이 잘 묘사되어 있다.


<현실은 어두운 것>에서도 작품의 공간적인 배경이 설악산을 바라보고 있는 온천이다. 속초에 있는 척산 온천에서 주인공 명한식 교수의 가족사에 얽힌 이야기로 마지막 장면에서 어머니를 만나게 되는 반전이 펼쳐진다.이 작품에서는 70년대 초 척산온천을 마주하고 서 있는 병풍처럼 빙 둘러싼 출중한 설악산의 경관을 그림으로 그리듯 묘사 되었다. 또한 주인공 명한식의 아버지는 교장 발령을 받고 만주로 가게 되고 친어머니와 헤어지게 된다. 이 작품 속에서도 주인공 명한식의 직업과 아버지직업이 후학을 지도하는 교수이며 교사로 등장한다.


<늦기 전에>는 중공군이 쳐 내려오는 고향 마을을 두고 피난을 내려온다.육이오 때 삼팔선을 회수하기 위해 고성, 속초, 양양 지역은 군인들이 치열한 전투를 치룬 곳이며 아군은 물론 민간인들 피해도 많았던 지역이다. 삼팔 이북은 회수 했지만 휴전선이 그어지고 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윤홍렬 작가 소설에 나타나는 공간적인 배경이 역사적 아픔과 수난을 겪었던 특수한 지역이므로 작품 속 배경 설정이 용이 했다고 본다. 작품 <후회>는 속초에서 양양으로 넘어가는 싸리재 부근의 위치가 정확하게 묘사되고 있다. 직업이 없던 주인공 김재철에게 주지 스님은 본인 차를 운전하는 일을 맡긴다. 험한 지형이라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김재철 한테 운전대를 뺏아서 운전하다가 스님이 변을 당한다. 요즘도 지형이 안 좋은 싸리재 쪽을 스님과 김재철이 라는 허구 적인 인물을 등장 시켜서 작품을 구상 한 것 같다. 늦은 연세에 운전을 하시면서 싸리재 쪽을 넘으셨던 윤홍렬 작가의 실제 체험적인 얘기로 유추 해본다.
이상 윤홍렬 작가의 작품 속 배경에 나타난 지역의 로컬리티는 거의 삼팔 이북과 속초지역으로 좁혀 볼 수가 있으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반전의 스토리들이다. 다시 말하면 윤홍렬 작가가 인생을 반 이상 삶을 몸담았었고 생生을 마감한 지역이 기도하다. 이렇듯 윤홍렬 작가가 살아오면서 공유했던 이산의 아픔과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지역적 환경이 작품의무대로 설정이 되었다. 주로 바다를 끼고 어업에 종사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즉 열악한 지역적 환경 요인이 오히려 소설 창작에 있어 좋은 영감을 주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역사적 아픈 시련을 겪고 살아낸 희생자들이다. 힘든 삶 속에서도 작가윤홍렬의 작품 무대인 강원도 영동지방은 훈훈한 인간애와 삶이 녹아 있는 공간적인 배경이기도하다.
윤홍렬 작가가 평생 몸 담았던 삶의 현장은 속초 지역 학교이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그러다가 보니 작품 속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의 직업도 대부분이 교사로 등장한다. 작품 속 공간적 배경도 자연히 학교가 되고 교사가 겪어야 하는 크고 작은 갈등들이 소설의 주 모티브가 되었다. <백합꽃>의 주인공 송교민도 일제시대 교사였고 <이사관급> 주인공이 권력을 남용한 비도덕적인 인물 천교장과 서무과장을 포함해 정반대 케릭터인 과학담당 서영민 교사와 방한일 역시 반듯한 교욱관과 윤리관이 뚜렷한 교사로 등장 한다.


<늦기전에> 주인공 명한식도 대학 교수로 등장 하며 만주로 떠난 그의 부친 또한 교장이다. 윤홍렬작가 소설에 나타나는 지역적인 로칼리티는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고 바다와 산이 있는 속초와 양양, 고성지역이 주로 배경무대로 둥장한다. 작품 속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은 주로 열악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교직에 몸담고 있다. 교직에 근무했던 윤홍렬 작가 본인의 휴머니티한 교욱관을 송교민 같은 주인공이나 천교장과 대비 되는 서영민, 방한일 같은 교사를 등장시킴으로서 참교육을 실천하는 작가 본인의 모습을 대치 시켜 놓았다. 그 당시 교사의 역할은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지식층의 대표적인 모델로 학생들에게 지식교육은 물론 인격을 완성시켜 주는 역할까지 담당 했다. 그런 이유로 교사라는 직업은 타의 모범적인 인간형의 표상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 있어 인간애와 인간성 회복을 실천하고 배우는 교육의 현장에서 교사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 최고의 수령首領자였던것이다.


시적詩的상상력과 비유법 그리고 스토리의 유사성


소설을 읽다가 보면 주로 스토리의 흐름에 빠져 들기가 쉽다. 그러다 가도 문득 시적詩的상상력을 동원한 눈부신 서정과 만나게 되면 전율을 느끼게 되고 또한 작품이 차원 높은 예술성으로 다가 오기도 한다. 리얼리티한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직유와 은유를 동원한 비유적 표현은 새로운 경이로움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준다. 다시 말해 소설을 읽는 다기 보다는 이미지가 선명한 한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소설 속에서 묘사된 눈부신 서정과 상상력은 윤홍렬 작가가 상징과 이미지라는 비유적 표현을 넣어서 시를 썼어도 훌륭한 작품을 창작했을 것 같다. 주로 이런 시적표현은 작가가 문학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던 젊은 시절 즉 한창 감성이 예민할 때 쓴 소설 속에 많이 나타난다. 우선 중편 <백합꽃>과 <현실은 어두운 것> 두 편의 소설 속에 나타난 시적 상상력과 상징 그리고 몇 가
지 비유적 표현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소설 <백합꽃>에서 보면 다음과같다.


* 한강 섶에 늘어선 버드나무들이 이리저리 허리를 핵핵 비틀며 미친 듯이 허위적거린다.
* 지붕의 함석 한 장이 찢기 우는 소리를 뿌드득 내더니 회오리 바람에 가랑잎 날리듯 동 쪽으로 서너집을 지나 고장난 비행기처럼 쿨러덩거리며떨어진다.
* 성냥갑 같은 집으로들 총총히 사라진다. 갯펄에서 놀던 방개들이 사람보고 놀라며 황급히 구멍으로 사라지는 것 같다.
* 밀가루 포대의 밑 한쪽 귀를 우겨 넣어 긴-두건처럼 머리에서 등허리로내려뜨린 것이
* 새하얀 모시적삼이 비에 흠뻑 젖어 있다. 속살이 내비치었다. 더욱이 흔적만 남은 젖가 슴이 유리옷을 입은 것처럼 뚜렷하게 내비치는 것을 보니 민망한 생각이 들었다
* 송교민은 백합꽃을 굽어 보았다. 그 빛깔이 우아하고 향기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생애의 몸가짐이 더욱 마음에 들어서였다. 백합 꽃몽오리가 어렸을 때는 하늘을 좀 쳐다보지만 차츰 철이 들면 고개를 숙인다. 그 겸손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내노라라고 고개를 치켜들고 한들거리는 그 어느 꽃보다도 우아하고 고상한 향기를 넌즈시 뿌리는게 좋았다. 곰팡내 나는 세계의 청정제와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어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 른다.

소설 <현실은 어두운 것 >에서 나타난 비유와 상상적 표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비잉 둘러 서 있는 높직한 산들의 모습이 어떤 병풍에 그려져 있는 신선의 놀이터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봉우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 군데군데 침엽수들의 모습이 마치 잘 생긴 여인의 고운 살결에 돋아 있는 사마귀처럼 조화가 되어 있어 그 수려함을 두드러지게 한다.
* 검으 죽죽한 가죽을 앙상한 뼈대위에 걸쳐 놓은 것처럼, 쪼글쪼글한 남자 노인
* 도공의 솜씨 또한 그 시대의 뛰어난 능력으로 겉쪽은 연한 연두빛으로 되어 있고, 두 다리를 뒤로 쭉 뻗고 날개를 치고 있는 네 마리의 학이 소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둥근달과, 반달을 향하여 두 마리씩이 날아드는 금박 상감의 일품이었다.
* 또 농토라야 미친년 볼기짝만한 것 몇 뙈기 있으니, 인총도 많지 않고,
* 머루주, 이거야 말로 달나라나 별나라의 재료로 빚은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신비로운 빛깔이었다. 하얀 사기 종발에 부어진 머루주의 빛깔은 자주빛이랄 수도 없고, 붉다고도 말 할 수가 없다. 백모란꽃의 붉은 꽃술이라고나 할까. 곱다 못해 애닮은 빛깔이
* 술기운이 곱게 번진 홍노파의 얼굴은 이름 그대로 연붉은 매화송이다.
* 해동정운이라는 것이었는데, 그 대학교수, 탈싹 주저앉을 정도의 진귀본임을 확인한 그는 마치 쪽제비가 암닭을 어르고 긁어 주며, 그 내장을 갉아 먹는 식으로, 무지하고 가난한 책 주인에게 요부처럼 알랑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마귀처럼 우르릉거리며
* 바닷 물빛이 푸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면서 그 본질이 무색 투명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세게 꿈틀거리며 달려온 파도가 바닷가 바위를 들이 받고는 하얗게 흩어지는 물보라의 빛깔을 신비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CD루이스는 시詩는 언어로 그린 그림이라고 말했다. 두 편의 소설에 나타난 비유적 표현 과 눈부신 서정적 묘사는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듯 시각적, 청각적, 공감각적인 이미지로 동시에 다가온다. 흡사 한편의 시詩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상상력想像力을 동원한 시적詩的표현이나상징은 사물이나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난 후 순수한 마음 바탕에 일어난감흥으로 선량한 인간애에 귀착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윤홍렬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한 비유적 표현에서도 자연과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며 대상을 바라보는 온화한 시각을 의식 할 수가 있다. 위에서 제시한 비유적 상상적 표현은 인간성 회복과 휴머니즘적인 가치관을 물씬 풍기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또한 윤홍렬 작가의 소설을 읽다가 보면 작품의 배경이나, 주제,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유사한 또 다른 소설이 연상되곤 한다. 특히 성장 소설 <바보>는 소설의 구성이나 등장하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황순원의 <소나기>를읽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사춘기 소년 우홍일은 소녀 찬숙이가 나무그늘에서 팔고 있는 배를 사먹고 땀 절인 손수건을 잊어버리고 두고 온다. 딱 한번 마주치고 몇 마디 대화만 나누었을 뿐인데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바보>에서 땀에 젖은 우홍일의 손수건이 두 사람을 연결하는 첫사랑을 상징하는 연결 고리 였다면 <소나기>에서는 남자아이의 체취가 묻은 분홍 스웨터를 죽을 때 까지 가지고 가는 윤초씨의 손녀딸 마음과 비슷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60-70년대 사춘기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다룬 성장소설의 대표적인 주제이다. 한편 알퐁스도테의 <별>도 마찬가지이다. 사춘기 소
년소녀들의 가슴앓이 같은 첫 사랑을 주제로 한 윤홍렬 작가의 체험적인 소설로 유추 해본다. 성장소설의 특징은 이루어지지 않는 아릿한 첫사랑이 주테마를 이루고 있다.


또한 <입산증>에서는 병원비조차 없는 임신 중독증에 다가 만삭인 장천만의 아내 모습이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의 주인공 인력거꾼의 만삭 아내의 캐릭터와 동일 인물로 착각 할 정도로 연상이 된다. <운수좋은 날>에서는 인력거를 끌며 그날따라 손님이 많아 아내 주려고 설렁탕을 사서 집으로 왔지만 며칠 굶은 아내는 산통을 치르다가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입산증>에서 임신중독증에 걸린 장천만의 만삭 아내는 병원비가 없어 산삼 팔려간 남편이 사기에 걸려들어 고초를 겪는 동안 어떻게 되었는지 작가는 마지막 결말부분에서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입에 풀칠하기 조차 힘든 가난 속에서 두 작품에 등장하는 만삭 아내들의 고단한 삶과 죽음이 아프게와 닿는다.


<현실은 어두운 것>에서 보면 주인공 명한식의 부친은 교사였다. 학교 회식자리에서 술집 여인 김여인을 만나게 되고 사랑을 나누어 명한식을 출생했지만 부친이 교장 발령을 받고 만주로 떠나게 된 후 전쟁이 나고 남과 북으로 갈라진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아픈 추억 속에만 남게 된다. 이 소설을읽다가 보면 소설 보다 실제로 있었던 시인 백석과 그 애인 김영한 (자야)와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두사람의 러브스토리는 백석시인 시詩가 해금 후 공개된 소설 같은 이야기다. 시인 백석이 함흥 영생고보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시절 학교 회식 자리에서 기생인 김영한 (자야)을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백석은 홀로 만주로 떠난다. 전쟁이 끝났지만 남과 북이 갈라지고 끝내 만나지 못하는 두 사람의 빗나간 운명은 비운의 사랑으로 끝이 난다. 두 편의 이야기는 <현실은 어두운 것>의 허구적 인물과
백석과 김영한 (자야)실제 존재 했던 인물로 소설 속 주제와는 전혀 상관이없지만 남과 북 이산의 아픔과 함께 이루어지지 못한 비운의 사랑이 우연히 일치하고 있다.


사실적인 체험에 바탕을 둔 작가들의 상상력은 허구적 인물을 재창조 하기도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우연히 또 다른 소설 속에서 등장했던 동일 인물들과 영감 속에서 재창조 되기도 한다. 작가 윤홍렬 소설 속 스토리와 유사한 또 다른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일 인물들의 캐릭터들은 주로 선량한인품으로 설정이 되고 소설 전반에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휴머니티한 인간애로 귀착이 된다.


나가는 말


윤홍렬 작가는 분단지역에 살면서 일제시대와 육이오를 겪으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소설의 소재로 선택했다. 또한 오랜교직 생활에서 겪었던 체험을 통하여 교직에 종사하는 교사 즉 허구적인 인물들을 재창조 하였다. 윤홍렬 작가의 중, 단편 소설은 각 작품 마다 작가가 전달하는 메시지나 주제가 독창적이고 다를 수도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전체적인 주제가 인간성회복과 휴머니즘에 그 맥이 닿아있음을 알 수가 있다. 소설 <이사관급> <영전> <입산증>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빗나간 삶에 대한 굴절된 의식 때문에 개인 출세 영달을 위해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다. 물질이 우선인 시대에 참다운 인간성을 상실해가면서 죄를 지으면서도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캐릭터들이다. 그들은 죽음을 통해서 인과응보因果應報에 대한 비싼 대가를 치루게 한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는 주인공과 정반대형 인간형을 대비시켜 올바른 삶을 제시하고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주고 있다. 소설을 픽션이라고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역할로 하여금 인생을 표현 하게 하고 간접 체험을 통
하여 인간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기도 한다. <백합꽃> <갈매기집><현실은 어두운 것>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하나 같이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캐릭터들이다. 일제시대를 겪고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는 척박한 땅 오로지 수복지구에서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훈훈한 삶의 풍경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힘든 삶 속에서 시
련을 극복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꿋꿋한 의지와 인간애를 잘 묘사한 작품이다. 윤홍렬 작가는 극한의 슬픔과 가난 속에서도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방향 제시와 함께 인간성 회복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소설이 허구적인 인물의 재창조라고는 하지만 작가의 체험적인 바탕은 현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작가의 삶의 터전이 속초, 즉 지역적인 로컬리티가 작품의 공간적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작가의 제 2의 고향이라고도 할수 있는 분단 지역 즉 강원도 속초의 바다와 설악산, 고성, 아야진이 주로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이 되고 있다. 또한 윤홍렬 작가는 평생을 교직에 근무 하였다. 그러다가 보니 <이사관급> <백합꽃> <현실은 어두운 것>의 주인공은 모두 교사나 대학 교수로 등장한다. 비록 소설에 등장하는 허구적인 인물이지만 작가가 교직 현장에서 겪었던 체험이 소설의 주 모티브로 작용 했을 것이다. 또한 인간답게 살아가는 교사들의 올곧은 가치관이 작가
자신의 인생관으로 작품 속에 반영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 외 여러편의 작품에서 비유법 즉 직유와 은유적인 표현과 시적 상상력이 묘사되고 있다. 그 중 두 편 <백합꽃>과 <현실은 어두운 것>에 나타난서정적 표현과 만나면 한편의 시를 읽는 듯한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흡사 영상을 보는 듯 시각적, 청각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러한 표현 기법
은 언어로 그린 한 폭의 그림을 감상 하듯 차원 높은 예술성으로 다가 오기도 한다.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눈부신 서정적 표현은 인간성 회복과 동시에 선善을 추구하는 따뜻한 삶과도 귀착이 된다. 이상 여덟 편의 윤홍렬 중. 단편 소설을 심도 있게 살펴보았다. 주인공들의 빗나간 삶과 굴절된 의식에서 오는 인과응보에 대한 대가를 명백하게 치루게 했으며 물질이나 출세보다 올곧은 삶과 인간성 회복이 우선임을 작가는 대변해 주고 있다. 한편 작가의 삶의 터전인 강원도 속초, 분단지역이 주로 시간적 공간적 무대로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이 되었다. 세찬 바람 같은 현실 앞에서도 꿋꿋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삶을 통해 인간애와 함께 휴머니티한 작가의 가치관이 작품 전반에 녹아 있다. 윤홍렬 작가는 시대의 변화로 상실되어 가는 인간성 회복과 함께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하는 현실 속 당면 과제를 쟁점화 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휴머니즘사상에 입각한 인간성 회복에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즉 문학은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해명하게 하고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할 것 인가 대한 방향 제시를 한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고故윤홍렬 작가의 15편의 단편과 중편, 그리고 장편을 정리하고 편집 하여 빠른 시일내에 유고집으로 묶어서 발간 해드려야 하는 것이 남아있는 후배 문인들의 과제이며 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