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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추모특집 - 추도사 - 박무웅 - 영원한 스승 윤홍렬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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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72회 작성일 15-01-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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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하고 존경하는 윤홍렬 선생님!
스승님을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믿기지 않습니다. 준엄한 가르침으로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아직 생생하게 들리는 듯한데 이제 어디에서 가르침을 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밭을 매다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손이 떨렸고 발이 후들거렸습니다. 밭에 주저앉아 망연자실 얼마간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아득한 정신은 어느덧 선생님과의 학창시절로 돌아갔습니다. 별주부전, 장화홍련전, 용비어천가 등의 고전문장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상도문에서 속초고등학교까지 16킬로미터 정도의 등학교길을 걸을 때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글을 암송하며 다녔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글을 읽고 쓰는 일을 좋아했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중에 알았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같은 길을 가고 싶어 문과를지망했지만 가난 때문에 토목과에 들어갔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보는데 주관식 시험에 ‘용비어천가’가 나오더군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암송하라고 말하던 그 ‘용비어천가’를 제가 만점 받아 서울시 공무원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선생님께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습니다.


저 영원한 스승 윤홍렬 선생님!


고등학교 때 처음 선생님을 만난 이후 선생님은 제 마음의 고향이자 정신의 지주이셨습니다. 선생님의 살아생전 업적은 속초 문화예술의 튼튼한울타리이자 비옥한 토양입니다. 저는 그저 선생님의 뒤를 쫓는 어리석은 제자이지만 선생님이 남겨놓은 정신의 자산, 문화 유산을 더욱 올곧게 다스리고 탄탄하게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못난 제자는 아직 선생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속초에 대한 선생님의 사랑, 문화예술에 대한 선생님의 열정, 그 어느 것하나 소홀히 하지않고 살아가겠습니다. 그럴 때 선생님은 떠나신 것이 아니라 제 가슴 속에, 속초라는 공간 속에 영원히 사시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선생님. 사랑하는 나의 스승님.
안녕히 가십시오.


2014년 7월 5일
박무웅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