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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추모특집 - 추도사 - 이영춘 - 선생님 새 집 가시는 길에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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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079회 작성일 15-01-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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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렇게 늦게 와 뵈어서 죄송합니다.
인편으로 간간이 선생님이 편찮으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선생님 목소리 들릴 때 찾아뵙지 못한 것이 한탄스럽습니다. 우리들이 이렇게 선생님이 가시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선생님이 우리 후배들에게 베푸신 그 인정과 사랑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그 고매한 인품과 성품은 속초뿐 아니라, 우리 문단에 정평이 나 있습니다. 선생님이 현직에서 퇴임하실 때 속초시내에 금이 다 동이 나서 서울에 가서 선물을 구입해 왔다는 일화는 널리 퍼져 있는 사실입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들은 다시 한 번 선생님의 덕망과 인품을 우러르곤 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렇게 우리들 곁을 떠나시고 우리들 가슴속엔 슬픔만 출렁거립니다.


멀리 있는 저에게까지 은혜를 베풀어 주셨던 것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처음 생기고 얼마 후 방학을 맞아 선생님은 구경을 시켜주신다고 저를 불러주셨습니다. 그 때 하루 종일 저를 데리고 권금성을 올랐고 그 정상에서 전설 같은 에델바이스란 풀꽃도 처음 보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선생님의 제자들은 앞장서서 선생님을 안내하고 대우해 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교직자로서 저는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많은 덕을 베푸셔서 저렇게 진실한 제자가 많으시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하루 종일 호강을 누렸던 일, 참으로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눈 감으신 영정 앞에 나타나 선생님의 은혜를 읊조리고 있는 제가 죄인인 듯 부끄럽기만 합니다. 생전에 자주 찾아뵙지 못하였던 일 용서하여 주십시오.


우리 문인들의 진정한 위상과 “글은 곧 그 사람이다.”라는 명구名句를 스스로 실천하고 떠나신 선생님, 우리 후배들도 글쟁이기 이전에 먼저 사람 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떠나신 자리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너무나 슬픕니다.너무나 텅 빈 자리가 큽니다. 그 자리, 잘 메워가도록 누구보다도 속초 문인들이 노력할 것입니다. 차마  떠나기 아쉬운 발걸음과 차가운 손, 이제 놓아드리겠습니다. 부디 먼 먼 그곳까지 가셔서 평안히 영면하옵소서. 호롱불 같은, 어머니의 품 같은 그곳에서 환한 불길 새롭게 밝히시옵소서. 이만 우리들도 선생님의 손놓아 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의 영혼 앞에 다시 한 번 무릎 꿇겠습니다. 그 먼 나라, 안녕히 가시옵소서. 평안히 잠드시옵소서. 선생님이 임하시는 그곳을 위해 기도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7월 5일
이영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