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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추모특집 - 만년필- 김춘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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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76회 작성일 15-01-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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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만년필 하나 갖고 있다네.


여든 일곱 당신이
서울에서 사 오신 거라네.


열 발 걷고 한 번 쉬고
고관절 앓고 계신 당신이
죽을힘으로 사 오신 거라네.


건망증세로
그 귀한 것 속초 오는 정류장에서 잃어버리시고
웬만하면 주저앉으실만한데
돌아서서 또 죽을힘으로 사 오신 거라네.


하루 일정 잡은 것이 늦어져
낯선 여관방에서 하룻밤 뒤채신 당신
가방에 넣고 그 가방 둘러매고
초등학교 아이처럼 환하게 돌아온 당신.


사람의
온기 핑 도는
그런 만년필 하나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