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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2015년 시 - '재회' 외 / 이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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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76회 작성일 16-02-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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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재]


시월 산과 들이
울긋불긋하니 사람들의 옷차림도
마음까지도 덩달아
단풍 들었다
이제 가을은 더 이상 사색의 계절이 아닌 듯 하다.
미당 선생님께서는 시
「늙은 아내의 손톱발톱 깎아주기」에서
‘ 나이 80이 넘었으니
시도 잘 안 쓰이는 날은 늙은 내 할망구의 손톱이나 깎아주자’
하셨는데 그 나이엔 한참 모자라는데
영 시가 안 쓰이는 날 나는 손톱 발톱 깎아줄 사람도 없으니 무얼하며 지내나
염려하니 마음만 들끓는다.
한 해 더 늙어가는 일이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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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다시 한 번 만날 적엔


오월의 조용한 아침
비단바람 되어
그대 마음속에 감겨들 거야


다시 만날 적엔


시리게 내리는 하얀 눈꽃으로
안겨서는
스르르 그대 품에 스며들 거야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
물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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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담그며


묵직한 배추 한 통을 시장에서 사 안고
심장 소릴 들려주며
걸어서 집에 왔다


누런 잎 하나 없이 시퍼렇게 살아
속살이 꽉 찬 배추 포기에
식칼을 들이댔다


노란 속살을 네 쪽으로 잘라 소금물에 적신다
그래도 미심쩍어
왕소금을 갈피갈피에 질러 넣고
맛있는 김치가 되려면
아주 죽어선 안돼, 했다


밥상 위에 올라갈
1순위의 기쁨이 있으니
풀이 좀 죽은들 어떠리


온갖 양념 붉은 화장
갈피마다 정성껏 마사지 시켰더니
다소곳해진 배추
김치통 속에서 음전해 보였다


주인의 입맛 돋우고
뭇 반찬들 누린내 비린내 잡아 주는

배추김치를
당연 으뜸 반찬이라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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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평창


아시나요
꽃잎 날리는 사월에도
펑펑 함박눈 쏟아지는
평창의 골짜기 용평을


산마루엔 빛 부신 은모자를 쓰고
저리도 아름다운 길
하얗게 반짝이는 평창을


“어서 오우야!”
순하디 순하나 강하고
열정 있는 강원도의 힘
세계 모든 스키어들 불러 모으라


능선 박차고 굽이치는 함성
싱싱 타오른다
가장 찬란한 빛으로


신실한 약속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환호의 깃발이 휘날린다


효석의 메밀꽃에
가을 달빛도 스키타는 평창골
생애 최고의 추억을 향해

벅차오르는 기쁨으로 오라


웰컴 투 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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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


어울림의 소리는
동틀녘의 햇살 같아
온 누리 밝히는
사랑의 빛으로 스며드는
찬란한 향기 되리라


꿈 속에서 고요로운
오, 나를 부르는 소리
정겨운 그대 음성이여
나지막이 나르는
나비 떼 같이
향기를 몰고 내게로 오렴


귀를 열면
언제라도 들려오는
향기로운 목소리


외로운 날도, 기쁜 날도
두 팔 벌려 잠기고 싶은
시의 노래 숲


*낭송가 동아리 <어울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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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뛰어가는 이유


심장이 뛰는 대로
생명이 간다


슬픔은 살쪄 가고
기쁨이 야위어 가는 세상


들리지 않는 웃음 다가와
가시로 박히는
불신의 세상


낡은 몸뚱이
느릿한 걸음으로
더러는 멈칫거리며
그래도
평안의 길
찾아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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