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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2015년 발간사 / 회장 이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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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33회 작성일 16-02-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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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문우회 동인지 『갈뫼』 제 45집을 묶어 내놓습니다. 『갈뫼』 나이 45세, 길고도 보람 있는 세월이었습니다. 일 년이란 시간이 누구에게는 긴 나날일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구에겐 눈 깜박할 시간이라 생각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작년 여름 우리는 큰 스승 윤홍렬 선생님을 떠나보냈습니다. 그 허전한 시간을 고인의 유고집 출간하는 일로 메워갔습니다.
지난 5월 초순, 선생님의 작품을 알뜰히 저장해 온 김춘만 님의 파일을 열었습니다. 스승님 생존시에 우리가 몇 차례 작품집 출간을 간청했드랬습니다만, 그때마다 스승님은 늘 같은 말씀으로 미루시더니 어느새 병석에 누우셨습니다.
“아직 아니야. 너무 졸작인데…, 퇴고를 좀 더 해서….”
본인의 허락은 못받아 냈지만 유족들에게 간청해서 감히 결행할 수 있었습니다. 방대한 작품들인지라 몇몇 회원이 나누어 교열과 교정 과정을 수차례 거치며 하나같이 아쉬워했습니다. ‘진즉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러고 보면 스승님께선 당신의 작품에 대해 지나치리만치 겸손하셨고, 문학에 대한 경외심이 너무 크셨기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2015년 7월 11일 故윤홍렬 선생님 유고집 1권 『갈매기집, 2권 『역풍은 불어도 강물은 흐른다』 출판 및 헌정, 제1주기 추모행사를 가졌습니다.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조촐하게 마련한 자리였지만 스승님의 문학정신을 존중하고 인격에 매료되었던 사람들이 원근 각처에서 오시어 자리를 함께해 주셨습니다. <갈뫼>가족들로서는 더 없이 고마웠던 날이었습니다.
『갈뫼』지는 마흔 다섯 번째이지만 언제나 새 얼굴로 독자들과 만나기를 지향합니다. 46년의 세월 속에 많은 사람이 들어오고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근원은 요지부동입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핑계대거나 트집 잡지 않고, 땅이 척박하면 할수록 더 깊이 뿌리내리고 꽃을 피웁니다. 멋진 나무나 예쁜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좋은 감동으로 즐기면 됩니다. 하지만 그 다른 면, 즉 땅 속 뿌리나 줄기 안에서 일어나는 치열함은 아무도 모릅니다. 46년을 이어오는 <갈뫼>의 생명력은 그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갈뫼>회원이 되면 매월 월례회에 출석, 순서에 따라 작품을 내놓고 합평을 합니다. 합평 시간엔 허심탄회하게 비평, 질문이 오갑니다. 그 시간은 치열하다 못해 야속할 정도입니다. 한껏 두들겨 맞은 회원이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할 땐 선배들은 작품의 시작노트를 가지고 따뜻한 조언과 함께 어루만져 줍니다.
이런 훈련을 부단히 하고 있다 보니 새로 들어온 식구들이 2~3년간은 ‘있을까 떠날까’ 갈등합니다. 그 고비를 견딘 사람이라면, <갈뫼>의 건강한 풍토와 자양분으로 자라 온 회원 이라면 세상 어디에 내놔도 제 몫을 다 하는 것을 봅니다. 합평은 눈물나게 해도 그 시간이 아닌 모든 제반사에서는 어느 동아리가 흉내 내지못하리 만치 서로서로 챙기고 보듬습니다.
속초에 <갈뫼>가 있어, 속초 출신으로 걸출한 문학인이 여럿 배출된 것 또한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갈뫼>는 우리 산야에 줄기차게 뻗어나는 칡 줄기처럼 독자 지경 또한 날로 넓혀지고 있습니다.
문학의 존재 이유가 인간 구원에 있다는 것을 우리 회원 모두 동의합니다. 상한 심령이 한 편의 ‘시’를 만나 위로받고 치유되는 일, 한 권의 ‘책’이 방황하던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경우가 그것을 대변합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먼저, 나 자신을 구원하고 서야 남을 구원하게 됨을 알기에, 우리는 작품 한 편을 남 앞에 내놓기까지 절대 고독과 자기반성을 거듭해야만 합니다. 비록 수작은 못 되더라도 한 사람의 독자만이라도 그 글로 인해 구원에 이른다면 써야할 이유가 될 것입니다.
<갈뫼>가족들은 올해에도 속초 우리 고장에서 이모저모 문학과 예술 분야에 기여한 바 컸습니다.
봄엔 예총 예술제에 ‘시화’ 50편을 제작하여 예총로비를 시발점으로 강원도립 속초의료원 로비와 이층 복도, 산악박물관, 시립박물관에 순회 전시하였습니다. 그리고 학생백일장, 주부 백일장을 맡아 수행하였습니다.
가을에는 설악제에 맞추어 ‘시화’ 50편을 제작하여 설악산 비룡폭포 가는 길에, 시내 ‘로데오’ 거리에 전시함으로 이 고장을 찾은 타 지역 사람들에게 속초에도 ‘문화’가 있음을 고양시켰다고 봅니다.
해마다 『갈뫼』지 발간을 지원해주신 속초시와, 강원문화재단, 강남베드로병원 측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고 윤홍렬 회장님 유고집 출간이 ‘메르스’라는 악재로 시간이 매우 촉박했던 상황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시일에 맞추어 발간해주셨으며 『갈뫼』지 역시 여러 해를 여일하게 맡아주신 출판사 <글나무>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