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호2016년 [동시] 산골 분교 운동회 외 / 장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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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분교 운동회
뜀박질하다 지치면
옹달샘에 달려가 목축이고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져도
어느새 아랫마을 한 바퀴
헐레벌떡 모두가 첫째인
해님도 미소 짓는 운동회
달리기하다 호주머니에서 떨어진
고구마와 옥수수
다람쥐와 산토끼 청솔모가
주인공들을 밀어내고
씨름판을 벌이며
사각사각 파먹을 때
아이들은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숨죽인 채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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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우리 동네 솜사탕 할아버지는
신호등이시다
촐랑거리며
학교 가는 길
차가 지나가면
빨간색 솜사탕 꺼내시고
차가 없으면
푸른색 솜사탕 꺼내신다
할아버지 기분이 좋으시고
차도 없으면
무지갯빛 솜사탕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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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왕
우리 집에서는
아기가 왕이다
악바리 강아지도
아기가 때리고
털을 뽑아도
꼼짝하지 못한다
꼬랑지를 내리고
슬금슬금 아기를 피해
기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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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냄새
엄마가 아빠한테
담배 냄새난다고
안기지 말란다
그래도 나는
아빠한테 안긴다
담배 냄새나도
아빠 품이 더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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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
동생이 강아지
양치질시킨다고
아버지 칫솔로
일을 저질렀다
휴우
내 칫솔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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