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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2016년 [시] 다시가을 / 이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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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73회 작성일 16-12-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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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진여
엄마가 넘어진 화장실을 고치며
뒤늦은 후회가 뼈아프다.
누운 자리에서 대소변을 봐야 하는 엄마
무릎 수술 후 자식들 몰래 지은 농사가 실하다.
엄마, 빨리 일어나서 우리 김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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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을

홰를 치는 수탉
보채는 강아지
앵앵거리는 새끼 고양이도 없다

도란도란 장독대
흐드러진 취나물꽃
살찐 배추도 없다

애달픈 잔소리
구부러진 생에 깃들였던 지팡이도
이젠 없다

주인 잃은 툇마루에 바람집이 들어앉은 뒤
풀이 무성한 골목을 밤새 내려다보는 가로등

고추는 초롱히 붉어지는데
아깝다
아깝다
가을볕을 쓸고 계실 어머니
먼저 가신 아버지와 화해는 하셨는지
문득,
고아로 돌아가는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