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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2016년 [시] 북 치는 소년범 / 장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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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048회 작성일 16-12-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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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장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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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치는 소년범

소년은 뿔을 달고
황소처럼 아무나 들이받았습니다
그러다 담쟁이넝쿨이 벽에 우거진
뜨겁거나 차가운 조롱 안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소년단원이 되어 북을 치기 시작하자
뿔은 조금씩 사라지고
겨드랑이엔 솜털 같은 날개가 돋았습니다
운동회날 구령과 박자에 맞춰
북을 칠 때마다 눈빛은 초롱해지고
환한 빛줄기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그것을 훔쳐보는 어머니는
눈물을 머금었지만
소년은 갈증이 날 때마다 북을 두드렸습니다
날개는 성숙해지고
그는 끊임없이 나는 법을 연습했습니다
드디어 철문이 열리고
하늘에 오색풍선이 날자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그는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으나
또한 북을 상처 내지 않고
곱게 두드리는 법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