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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2016년 발간사 / 회장 이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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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20회 작성일 16-12-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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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뫼> 설악문우회 동인지 제46번째 책을 묶었습니다. 지난 일 년 간 어느 회원은 많은 작품을 얻었다 하고 또 어떤 회원은 한 편도 못 건졌다고 합니다.
창작이란 교과서 숙제하듯 그렇게 맘먹고 책상에 앉기만 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한 해 동안의 결과만 가지고회원 자격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다작만이 능사가아닐 것입니다. 이렇건 저렇건 간에 <갈뫼> 식구입니다.
문학은 모든 예술의 근간을 담는 그릇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되던 연극이 되던 타 장르의 음악과 미술까지도 거기엔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며 그 수단은 언어로 혹은 문자로 현현할 수있으니까요.
세상사 분요한 것처럼 한 해 동안 <갈뫼>, 이 작은 가족들에게도 많은 곡절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아들딸이 과년해 시집보내고장가 들여야 했고, 기둥처럼 든든했던 부모님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회원은 병원에 급히 실려가 십여 일간이나 눈을 뜨지 않아 모두가 가슴 조이게 하다 회생했고, 몇몇 회원은 몸 이곳저곳의 통증 때문에 병원에 출석부를 둔 것처럼 드나들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이 우리가 좀 더 힘써 서로를 사랑해야 할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몇 회원은 이런저런 개인 사정으로 <갈뫼>를 아주 떠났고, 다른 한 편으론 몇 사람이 <갈뫼> 가족이 되겠노라 굳게 결심하고 입회하였습니다. 들고 나는 일이란 인간사에 늘 있는 일이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속담처럼 떠나보내는 회원들 마음은 참으로 서운했습니다. 그래도 <갈뫼>란 큰 물줄기는 도도히 흐를 것입니다.
금년 노벨문학상 발표는 역사적 관규를 깨고 모든 상 발표를 앞세우고 3~4일 뒤늦게 있었습니다. 수상자도 세인들이 머리를 갸우뚱했습니다. 출품작이 무려 350여 편이나 된다니 우열을 가리기에 많은 시간과 논의를 가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문학작품은 언제쯤이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해마다 이맘때면 내가 쓰는 글이 얼마나 보잘것없이 작게 느껴지는지요. 얼마나 역부족인지요. 세상에 내어놓기에 얼마나 부끄러운 정도인지요. 
하지만 학부 시절에 듣던 어느 선생님의 말씀을 상기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리나라엔 많은 문학 지망생이 있다. 우리는 고유하고도 과학적이고 창의적 문자를 가지고 있다. 언어 중에 의태어, 의성어가 독특하게 많다. 우리의 국력이 자라는 대로 우리의 언어 저변이 넓어져서 언어적 장벽을 넘어설 수가 있을 것이다. 많은 지망생들이 조금씩이나마 제 고장에서 최고가 되라. 그 최고가 많으면많을수록 문학의 탑이 높아질 것이고 작은 탑들이 모여 큰 탑으로밀어 올리다 보면 누군가는 노벨문학상이란 고지에 도달할 날이올 것이다. 
자기 발밑만 보지 말고 꾸준히 걸어가라.”동인이란 울타리가 습작하는 사람이나 기성 작가에게 매우 유익한 일이란 데에 이견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소 개인적 제약을 감수해야만 합니다만 자신감 없이 내놓은 작품에 서로 품평을 통해 보태주고 부추겨 주고 애정 어린 질타도 합니다.
그렇게 깎고 다듬고 고민하여 한편의 완성된 작품을 얻었을 때 만족감은 어디다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갈뫼> 가족 안에서 서로의 모자람과 넘침을 주고받으며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꾸준한 습작 세월을 건너 등단도 하고 개인 문집을 묶는보람도 갖게 됩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갈뫼> 가족 중에 개인 작품집을 펴낸 회원이 여럿 있어서 풍성한 수확이었습니다. 2016년을 함께 울고 웃으며 여기까지 온 <갈뫼> 가족 모두에게 건필을 응원합니다.
<갈뫼> 46집 출판에 연년이 도움 주신 강남베드르병원 윤강준원장님, 강원문화재단, 속초시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출판사 <글나무>의 수고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