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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2017년 [시] 유고집 출간 한국문단사에 길이 빛날 귀감을 새기며 외 3편 / 이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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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45회 작성일 17-12-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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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졸지에 너무나 어이 없이 62년 문학인의 친구

박명자 시인을 보내고 황망히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슬픔도 힘에 부치는 세월임을 실감하며 시를 쓸 여력도

그러한 오늘에 이르렀네요.

자연의 슨리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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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집 출간 한국문단사에 길이 빛날 귀감을 새기며



말문이 막힌다는 경우가 바로 이런 심정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회장님 생전 소원이셨으리라 짐작하면
절절한 송구함에 젖습니다


오늘 회장님 1주기에 필생의 문학적 자취인 소설집
『역풍은 불어도 강물은 흐른다』와 『갈매기집』을
영전에 바치며 뜨거운 눈물에 젖습니다
작품집 출판을 권유드리면 미진하다시며
그토록 완벽을 추구하시던
대쪽 같은 선비정신은 오래 회자 되어
문단의 큰 족적으로 새겨 마땅하다 적습니다
와병 중임에도 퇴고를 해야신다며 출간을 미뤄오신
작가 정신은 홍수처럼 찍어내는 오늘 우리 문단의
허접한 현실을 반성케 합니다


오늘 갈뫼 회원 모두는 상주가 되어
회장님 생전 갈뫼에 바친 헌신적 열정과 사랑
높고 깊어 헤아릴 길 없음에 비통합니다
갈뫼의 정신적 지주셨던 큰 스승 빈자리가
이토록 사무치리라 집작 못했음을 뉘우칩니다


이승은 저승에 기대있다 믿으며
회장님 크신 음덕을 기리는 갈뫼 가족 다독여 주시지
그리 믿으며 오늘 1주기를 맞아 출간한 유고집 출판기념회
저승에서도 파안대소로 반기시리라 믿습니다


갈뫼 마흔다섯 중년의 역사를 지방 문예지 윗자리에
계시도록 태동의 산파역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 아드님 윤강준 원장님의 한결같은
후원의 큰 힘 전국 어디에도 그 예가 없지 싶습니다


서가에 회장님 유고작품집 반듯하게 꽂아두고
큰 스승이셨던 당신의 훈도를 새기며
글쓰기의 매운 귀감으로 가보로 쓰다듬겠습니다
저승에 기댄 이승의 조촐한 유고집 출간 淸祝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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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한 모의 유추



새벽시장에서 두부 한 모 더 사
대문 밑으로 밀어 넣고 오고 싶은
그 마음 건너와
채송화 꽃이 피었다


이쁘기도 해라
베개모에 수 놓인 꽃들이
피어올라 꽃 세상일 적에
이런 호사 몇 겁의 인연이었을까를


살면서 받은 위안 흘리며 지낸 일
뒤적여 뉘우치는 노년의 한가가
법구경 같기도 한 이런 무욕을


마음이 건너와 양식이 되는 이치를
골똘히 궁리하다
그만 나도
꽃으로 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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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



우리네 말씀 중에
영정사진 찍어 두면
오래 산다는 그 해학적 풍자는
찜찜한 느낌을 위무하신다


십여 년 전에 사진 공부를 나름 한
Y시인이 초가을 하루 날 잡아
몇 컷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난설헌 소나무 숲길 뒤뜰
코스모스 몇 송이 배경으로
손톱에 봉선화 꽃물들인 거
보라색으로 그런대로 갖춘
자연스런 그 모습이 좋아
시집에도 쓰던 사진


확대해 액자에 담아 놓고
남편과 큰딸에게 당부해 놓은
내 영정사진
지금 보니 새댁 같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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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나인, 그 무한 리필 같은 낭만에 대하여
— 개업 2주년 축하드린다



대관령에서 내달은 산빛이 어우러 아름다운
남대천 물소리 앞마당으로 거느리고
잘 생긴 조선소나무 빼곡히 둘러친 남밭 마을
3천 500평 너른 터에 커피 명소를 일군
입구에 들어서면 묘한 정갈함 죽죽 곧은 소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상긋함에 일상의 버거움을
내려놓게 되는 맑은 분위기에 젖는다


대들보 높이 앉힌 한옥 카페 겨울이며 무쇠난로
참나무 타는 냄새가 커피향과 어우러 기분 좋은
봄이면 연두의 생명들이 배냇짓을
여름엔 한낮에도 별이 쏟아지는
가을이면 낙엽 밟는 소리 기왓장마다 詩를 쓰는
눈 오시는 날도 비 오시는 날도 그럴 수 없이 로맨틱한
정취를 그리는 카페 나인에 가면 그냥 좋다


소나무 잘 가꾸는 청년 같은 바깥주인
詩를 잘 빚는 안주인 시극 낭송에 일가견 있음에야
연극하는 드립 솜씨 일품인 아드님 파스텔화 잘 그리는 딸
예술 가족이 꾸려가는 낭만 가득한 카페 나인에 가면
예가체프를 마주하는 듯한 그런 품격에 행복해진다
온 가족이 반가이 맞아 주는 기분 좋은 카페 나인
입소문으로 전국 커피 명소가 된 카페 나인


엄선된 원두를 볶는 일이며 서빙에 이르기까지

가족이 일구는 노동의 순수 귀히 어여삐
친정 식구 같은 홍근한 마음자리로 건너다보는 일
노년의 유희로 적는 인연법 어찌 소소하리
문학! 詩友로의 교감의 일군 귀한 내력 만만찮음에야


카페 나인 편안한 쉼터의 맑은 느낌으로 기억되기를
해서 다시 오고 싶은 비장의 명소로 회자되기를
나인 카페에 오시면 추억이 물결치기를
오가는 담소 아름답기를 행복하시기를
낭만도 무르익어 훈훈한 무한 리필 그런 느낌으로
카페 나인 오래오래 아름다이 번창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