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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2018년 [시] 최저임금 1 외 2편 / 조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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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63회 작성일 18-12-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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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도기이다.
실현되지 못할 최저임금 만원에
휘둘리며, 몸이 재산인 근로자들
뼈저리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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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



너무 헐렁한 바지를 샀나보다
데칼코마니의 하루를 그리며
늘어날 통장의 인치를 쟀다
신축성 없이
빛바랜 일자바지를 벗기 위해
소비운동도 줄여 가며
나이 들수록 허기지는
뱃살과 허리 사이즈를 늘리기로 했다


본능만이 살아내는
삼겹살도 먹어 보고
매운 고추도 먹어 보고
풋내 나는 쓴맛
눈물과 함께 억지로 삼켰다


야금야금 세월을 숙성시키며
통통해질 것만 같던
허리의 꿈을 향해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허리띠가 조였다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52kg 몸무게를 걱정하며
헐렁하여 빙빙 겉도는
세상의 사이즈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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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2


임금이 올랐다
삼 년의 시공을 뛰어야 보이는 곳에
만 원이라는 최저가 달콤하였다


떠밀리듯 걷는 외길
바지런한 일개미들의 땀
온몸으로 젖어들고
등에 업은 물가는
자꾸만 무거워진다


내려놓은 마음
물웅덩이가 생기고 자갈길로 변해가면서
알던 얼굴들이 하나, 둘 보이지 않고
보너스 같던 수당들이 줄고
원하지 않는 여가 시간만 늘어나더니


팔다리 뭉텅 잘려나간 몸뚱이로
고단한 하루 분, 초를 쪼개며
허공의 환상으로 사라지는
후한 인심과 희망을 보았다


실업급여가 최고이고
자영업 수가 최고이고
꿈이 최저인 나라
가질 것이 없어서
현재가 제일 행복하다는 젊은이들
독식한 최고의 배부름은
최저의 눈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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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암호화폐)


연애를 시작했다
남들이 알까 조바심 내며


비상금 같은 행운을 털어서
이삼십대의 코드를 코웃음 치며
더 늦기 전에 화끈하게 던지고 싶었다


간절하게 쏟아부은 정성
거두기에는 늦은 후회
24시간 스마트폰이 되어
마음이 달아오르고
초조함이 하루가 되었다


흔들리는 마음에게
붉은 이벤트라도 올까
푸른 이별의 시간이 올까
희망과 절망은
오르락내리락
하루 종일 진심을 담아
가즈아~~


달콤함은 꿈이니
불변의 희소성이니
가끔씩 구설수에 오르더니
뜨거운 사랑의 결말
반토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