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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2019년 [시] 다랑쉬오름 외 9편 / 김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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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263회 작성일 19-12-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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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쓸쓸한

한구석 비어 있는 모서리

천사의 나팔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향기 나는 정원에서 <살뫼>에 승선해 있는

동인들의 향기를 닮았다.

눈물이 난다.

태풍이 불어도 벼 이삭은 익었다.

청치 같은 나의 글에도 향기가 깃들어 있는지?

휴우- 엔터를 툭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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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오름



선녀들이 모래성 지으며 몸을 말리다가
쉬 마려워 내지른 강아지풀밭
바람이 일고 비단 속곳이 월랑봉 너머로
날아간다. 억새밭 불꽃놀이에
오목눈이처럼 엎드려
삼나무숲 난간을 날아내린다.
성산 일출봉 거북이 산란 터
오름을 잃은 해녀의
노랫가락 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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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중부 평원 절반의
노란색은 유채밭
푸른색은 밀밭이거나 초원
발정 난 말 고삐 풀어 주면
임과 노니는 뒷모습
2박 3일간 볼 수 있다네.


새벽 불빛이 어렴풋이 가로 빗금 그으면
저녁 어스름에 기적이 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간이역에 내려 마차에 오른다네.


단풍나무 숲 미로의 갈피를 지나와
알라딘 램프를 밝히고
크라운로얄 건배하는 잔 속에
신혼의 말 두 마리 기웃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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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



유명인 끼워 먹기식 광고가
이름값 얼굴값 몰수하고 발에 채인다.
쓸개 빠져 팥을 콩이라 까대는
숙맥들은 우럭을 닮았다.


차떼기 어물전에서 사 온 우럭 다섯 마리
도마에 올려 토막 치기 전까지 퍼덕거렸다.
회 한 점 떠 놓고 거나하게 취해 가는데
매운탕에서 숯검댕이 연기 난다.


백구와 반타작의 잔치를 벌인다.
타버린 우럭 대가리
물었다 놨다 발로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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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가시를 빼내는 수술
쉬운 일 아니다.


병원에 갈 작정도 아니고
확대경을 눈에 달고
생살을 요리조리 헤집을수록
살점 깊이 들어가
종당에는 피를 본다.


피똥 먹은 가시를 파내면
통증 해방인 듯하지만
전치 2주 분화구 생겼다.


새살이 돋고 나서도
구덕살이 박혀
제 살이 아니다.


가시처럼 말하는 동그란 눈
활시위를 당긴다.
아베의 혓바닥에 박혀 있는
콩 반쪽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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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이탈리아 농부는 포도 농장 주변에
새들의 기호에 맞는 열매나무를 심는다.
과일에 눈독 들이지 않도록
철저하게 배려한다.


비닐 치고 그물 치고 목책 걸고
맹금류의 확성기를 설치한다.
링거액을 주입한다.


6년 근 인삼이 농약 폭풍우에 견딘 챔프이고
과일은 놈의 안개에 젖어야 익어 간다.
농약의 세례 없이 생산되는
곡물은 없다.


내성이 생긴 생물과 전쟁 중
농업사기꾼으로 전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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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뉴스



노랑머리 빨간 넥타이의 두록 저어지가
물방울별을 들쑤셔 씹어 놓고 침 튀기며
주절대고 아부를 눈감아 주는 척 악수를
청하는 식민지 나라 방송국에서
흐느적이며 느끼한 목소리의 중년 앵커가
크리스토퍼 나이트를 동경하는 듯
눈먼 돈에 더듬이 세우는 씨족과
세금을 올려 후덕을 내세우는 부족에게
복지망국론 기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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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일식



사랑과 이별은 개기일식이다.
카페에서 나와 침대로 가는 중이다.
자고 먹고산다는 서술어는 틀렸다.
노동의 순간부터 벗어나고 싶은
게임 중독.


아담을 빌리지 않더라도
모순의 양면성을 어쩌랴.
환경과 경제에 은신처를 마련했다가
상처받기 전에 떠날 준비를 기획하는
연출.


10대의 남녀화장실은 구별이 없다.
시야에 들어와 썸탄 지 오 분이면
쪽쪽 빨아대고 다시 오 분이 주어진다면
담배 한 대 빨고 성인 관람 불가
오버랩.


사랑은 진리를 내포하지 않는다.
젊음의 에너지가 밥 먹여 주지 않듯이
나를 희생한 사랑도 사랑이 아니다.
기술을 배우고 참아내야 얻어지는
교집합.


혹성의 인구 절벽인 나라는 죄수들에게

주말 동안 이성 교제의 기회를 주고
회임하면 아이 낳기 전
무죄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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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정원



평지보다 한 뼘 돋우고 경계석을 친다.
질감(texture) 좋은 벤트그라스를 심고
부엽 상토와 모래 유박을 3:2:1 비율로 섞어
밥을 1cm 정도 복토하고
구배를 두어 물 수평을 잡는다.


환원모터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환상적이다.
잡초가 기생하면 손으로 쥐어 뽑거나
씨알이 생기기 전 모우어를 돌리고
피칭과 퍼팅 연습을 한다.


가을과 봄 초순에 잔디 비료를 주고
대나무 싸리비를 몇 개 사서
대가리를 수평으로 싹둑 잘라
자갈과 낙엽을 박박 쓸어 낸다.


1년 손님 7년 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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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줄 놓지 마라



대가 집 백여 명의 삼시 세끼와 새참을 여 나르던
나이 먹은 조카며느리 그 목청 한번 곱구나?


장지에 올라 다가오는 사람마다 반기며 앵무 연설을 한다.
“김 서방네 집안은 죄다 술또라이지유?”


“예, 그렀습니다.” 돌아서며
“그것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 또한 또라이가
되었습니다 그려.”


산역군이 건네는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
“제기랄, 치매 걸렸다고 날 까는 거지.
밤송이 까지 말구 어서 내려가란 말시.
까진 걸 뭐 또 까란 말이여.”
으하하하 핫.


새벽이면 요강 단지 들고나와
아무 데나 궁둥이 까고 뒤를 보는
홀 여인의 삶은 왜 이리
시서늘한가?


이동식 목욕차 일주일에 두 번씩 왔다 가고
보건소 직원이 몇 번 들르더니
치매학교라는 곳에 보내졌단다. 거긴
무덤으로 가는 KT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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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2019



진도 국제항으로 변신하는 팽목은
대형부두의 성형과 해저 준설 작업으로
노란 리본과 타일들이 절규가
소금 먼지에 바래가고 있었다.


망막은 좁아지고
하나가 부르면 줄줄이 문을 열고 일어선다.
침몰하기를 반복하는 무인도
뼛조각이 화석이 되는 섬
서더리탕이 끓고 있는 여의도가 보이고
海哭이 추걱추걱 여며 왔다.


뼈들이 돌아오는 벼랑길 모랑가지 끝까지
배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