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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2019년 [추모특집] 작가 윤홍렬 작고 5주년에 부쳐 / 권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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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249회 작성일 19-12-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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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윤홍렬 작고 5주년에 부쳐

작가 윤홍렬의 소설 「갈매기집」과 「야전용」에 나타난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 비교


권 정 남


1. 들어가는 말


대부분 소설의 주제는 정치 문화 경제 등 그 시대의 사회적 요인들을 반영하게 된다.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배경과 등장인물들이 펼쳐 나가는 사건을 통해 독자들은 작가의 의도를 예측하게 된다. 헨리 제임스는 “소설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는 그것이 인생을 나타내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소설이 다양한 인생을 표현함으로써 삶에 대한 의미를 정리해 주고 때론 독자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해 주기도 한다. 작가 윤홍렬의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故 윤홍렬 작가는 1969년 속초 지역 최초 문학단체인 ‘설악문우회’를 창립하였고 이듬해 동인지 『갈뫼』 창간호를 발간하였으며 속초예총 초대 회장과 한국문인협회 초대 속초지부장을 역임하였다. 작품으로는 중ㆍ단편소설 16편과 장편소설 2편, 오페라 대본 1편으로 총 18편을 집필하였다. 「쭉정이」와 「역풍은 불어도 강물은 흐른다」 대하소설에 가까운 두 장편소설은 미완성 본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타계하여 아쉬움을 더 한다.
단편소설 「감원」, 「내 잘못은 없어」, 「애정 낭비 중」 세 작품은 초기 작품이라 찾을 수가 없다. 그런 연유로 열여덟 편의 작품 중에서 단편소설「백합꽃」, 「야전용」, 「현실은 어두운 것」, 「이사관급」, 「영전」, 「갈매기집」, 「늦기 전에」, 「바보」, 「후회」, 「해맞이」와 오페라 대본 「새로운 세계」가 현재 남아 있다. 열한 편의 단편 소설들은 동시대 사회적 지역적 배경을 유사한 주제로 집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 「갈매기집」과 「야전용」 두 소설에 나타나는 역사적 시대적인 배경과 공간적 배경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펼쳐나가는 사건을 통하여 주인공들의 인간애와 물질에 대한 가치관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2. 두 소설에 나타난 시대적, 공간적 배경의 공통점


소설의 특징으로 ‘현실을 그럴듯하게 모방한다’는 것이 미메시스(mimesis) 의 이론이다. 즉 작품 속에서 현실을 모방하여 창작하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자연의 현상이나 환경으로 만들어낸 자연적 배경과 인류 역사에 의해 이루어진 시대적 배경이 있으며, 또한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 즉 공간적 배경은 작가가 작품 속에서 인위적으로 설치한 배경을 말하며 그런 모든 것들은 현실을 모방하게 된다.
작가 윤홍렬의 소설 「야전용」은 1971년 『갈뫼』 3집에 발표되었으며 「갈매기집」은 1972년 『갈뫼』 4집에 발표되었다. 두 소설에 나타난 작품의 배경은 모두 인위적으로 설치한 시대적 배경으로 6.25가 쓸고 지나간 피폐한 현실이며 공간적 배경으로는 실향민인 주인공들이 수복지구 속초에서 임시 거처를 정하게 된다.
두 소설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은 6.25를 겪으며 1.4후퇴로 인하여 함경도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들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들의 공간적 배경은 생계수단으로 피난지인 속초 바닷가를 택해서 고기를 잡거나 식당 일에 종사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공통적이다. 작품 「야전용」과 「갈매기집」에 나타난 소설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작품 속 인용문을 통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2.1. 소설 「야전용」에 나타난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


‘전우식당’엘 드나드는 손님들은 대부분이 군인들이었다. <중략> 군과 미군부대에 무엇으론가 관계하는 사람들이었다. 문관 군속 또는 군수물자를 유출시키는 소개꾼 구두닦이 소년들 몸을 파는 매춘부들 등이었다.


국군의 전과가 어떻고 맥아더사령부의 작전방침이 어떻다든가 때로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의 여부 등을 구수하게 엮어대었다.


중공군의 참전 소식에 춤이 멎고 웃음이 그쳤었다. 이어 국군의 후퇴소식, 삼 일이면 다시 돌아 올 수 있다는 소문과 함께 피난민이 길을 메우기 시작했다. <중략> 처자를 떼어놓고 잠깐 이웃마을에 다니러 가듯 단출한 차림으로 나섰던 것이 일 년이 넘어갔다.


‘속초로 뜨자.’속초에는 고향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거기라면 송달현 자신의 근본을 알아 줄 사람들도 많을 것이기에 마누라를 내세워 순댓국 장사를 한다더라 처남의 부대에서 나와 후생사업을 한다는 군용트럭 편으로 속초로 이사를 갔다.


야전용이 나를 못 만났다면 지금도 청계천변의 오막살이 순댓국장수 이었을 것이다. 나를 만났기에 속초엘 왔고 속초에 와서도 내가 자리를 잘 잡았기에 이렇듯 장사가 잘되는 것이다. 그놈의 38선이 원수다. 그렇다 그놈의 38선이 원수다.



소설 「야전용」에 나타난 시대적 배경인 1950년 6월 25일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 난 후 휴전협정이 이루어지고 잠시 교전이 멈추고 있는 상황이다. 즉 전우식당에 드나드는 손님들은 대부분 군인들로 미군 부대에 무언가 관계하는 사람들로 들끓고 시내엔 군수물자를 유출시키는 소개꾼이나 구두닦이 그리고 몸을 파는 매춘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소설의 배경인 전쟁은 잠시 멈추었다 하더라도 전시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군의 전과가 어떻고 맥아더사령부의 작전 방침이 어떻다든가 때로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의 여부 에 대하여 사람들 모인 곳마다 낭설이 떠돌았다.
또한 작가는 국군이 부산까지 진격하여 내려갔다가 1.4후퇴를 해야만 하는 이유와 사회적 분위기를 소설 속에서 설명하였다. 즉 중공군 참전 소식과 국군의 후퇴 소식과 함께 사흘 후면 북한 고향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문과 함께 거리마다 피난민 행렬이 길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때가 1951년 1월 4일 한겨울이다.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라진 계기는 1945년 8.15 광복 이후 미국과 소련의 협약 하에 북위 38도선을 기점으로 남한과 북한은 경계가 그어졌다. 38선이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것이다. ‘그놈의 38선이 원수다.’라고 국민들은 북한이 남침한 탓을 남과 북이 갈라진데 이유를 두고 한탄했다.
위에서 인용한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문장 설명에서 살펴보면 시대적 즉 역사적인 배경은 1951년 1.4후퇴 후 휴전협정이 이루어진 시점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소설의 장소 즉 공간적 배경으로는 주인공 송달현이 처음 피난 내려온 곳이 청계천 변이다. 거기서 순댓국 장사를 하는 김 마담과 만나 살림을 차리고 ‘속초로 뜨자’고 했다. “속초에 가면 자신의 근본을 알아주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 같아 깔볼 사람이 없어서 북에 두고 온 본처 동생인 처남의 군용트럭으로 속초로 이사를 왔다.” 위의 문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드라마틱한 소설 「야전용」의 장소적인 배경은 사흘 후면 북쪽 고향에 돌아갈 것을 생각하고 잠깐 머문 곳이 실향민들의 임시거처지인 속초 바닷가임을 알 수가 있다.




2.2. 소설 「갈매기집」에 나타난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



어머니의 품속처럼 안온하기만 하던 바다에 그야말로 지동 치듯 바람이 쏟아지면 산더미 같은 파도밭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는 판이면 아무리 육중한 배라도 선풍기 앞의 파리처럼 갈피를 잡지 못 한다. 그러다가 2, 3년에 한 번씩은 떼 초상이 나고 떼과부가 생긴다.


서너 시간의 돌풍은 큰 바윗돌로 짓찧듯이 수많은 배들을 짓 부숴 놓았고 숫한 어부들은 바닷물 속에다 쑤셔 놓았다.


다른 사람들이 온 바다를 휩쓸고 전 속초거리를 휘 더듬는 이야기로 왁자지껄하여도 우둥퉁한 몸매에 구레나룻이 뿌듯이 돋은 얼굴이 빙그레 웃으며 들고만 있다간 불숙 한마디 하기만 하면 전 좌 중에 폭소를 일으키곤 하는 말솜씨를 최 여인은 좋아했다.


“으찌 이리 늦었소?” “아마이 끓여 무그라고 개(가져) 왔소” 한태길은 동태를 꿴 고리를 최 여인에게 건넨다. 최 여인의 두 팔이 휘청한다. “아바이 정신이 있소 없소?”



주인공 최 여인은 속초에 거주하며 부둣가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며 술도 판다. 식당 고객은 주로 함경도 실향민으로 배를 타는 어부들이다. 배를 타는 선원들은 대부분 욕도 함부로 하고 말과 행동이 거칠다. 그러나 유독 한태길만은 온화한 인품과 지성미를 갖춘 점잖은 호인이다. 최 여인은 그런 한태길한테 은근히 마음이 갔다. 최 여인과 한태길이 나눈 대화에서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적인 배경을 유추해 볼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아마이 끓여 무그라고 개(가져) 왔소.” 한태길이 최 여인한테 건네는 말투다. 그리고 그 말에 답하는 최 여인의 말투다. “으찌 이리 늦었소?” 두 사람 모두 편안한 함경도 사투리를 쓰고 있다. 속초에서 국밥집과 술을 파는 최 여인과 한태길은 함경도 사투리로 대화를 하는 걸 봐서 둘 다 고향을 북에 두고 온 실향민이다. 속초에 그들이 장착하게 된 시기는 1951년 1월 4일 즉 1.4후퇴 이후로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갈매기집」의 시대적 상황도 「야전용」처럼 전쟁이 끝난 휴전기라고도 하지만 1.4후퇴로 인한 반 전시상황으로 볼 수가 있다.
「갈매기집」의 공간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일단 바다가 있는 마을이다. 등장인물들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부들에게 국밥이나 술을 팔며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장소적 배경은 속초 바닷가 청호동 어디쯤이다. 사실을 입증할 문장을 살펴보면 어머니의 품속처럼 안온하기만 하던 바다가 그야말로 지동치 듯 바람이 쏟아지면 산더미 같은 파도 밭이 되는 것이라고 했으며 아무리 육중한 배라도 선풍기 앞의 파리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다고 표현했다. 2, 3년에 한 번씩은 숱한 어부들을 바닷물 속에다 쑤셔 놓아 떼 초상이 나고 떼과부가 생긴다고 작가는 표현했다. 작가 윤홍렬 자신이 속초에 거주하면서 변화무쌍한 천의 얼굴을 가진 바다의 모습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부들을 바다에 쑤셔 놓고 떼과부가 생기게 하는 곳은 속초다. 그곳은 함경도 실향민들이 주로 생계를 위해 바다에서 고기 잡는 일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속초 앞바다는 실향민이 어업에 종사하고 거리마다 어부들 즉 실향민들이 거리를 휩쓸고 다니는 모습을 작가는 표현했다. 작품 속에서도 실향민들이 거주하는 곳은 주로 속초 청호동 어디쯤이다. 소설 「갈매기집」의 공간적 장소적 배경 역시 속초라고 할 수가 있다.


위의 두 소설 「야전용」과 「갈매기집」에 나타난 시대적인 배경과 공간적인 배경을 살펴보았다. 두 소설 모두 시대적 역사적 배경은 휴전을 했지만 전운이 감도는 상황이 작품 배경의 모티브다. 또한 두 소설의 문장과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 살펴보았듯이 모두 삼일 후면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하고 피난 나온 실향민들이다. 북쪽 고향에 쉽게 갈 수 있는 속초로 잠시 거처를 정했으며 두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업종은 주로 식당일에 종사하거나 고기잡이를 하며 생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작품 「야전용」과 「갈매기집」에 나타난 작품의 배경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대적 배경 역시 1951년 1.4 후퇴 직후로 볼 수 있으며 공간적 배경은 속초 바닷가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청호동 어디쯤으로 유추할 수가 있다.




3. 등장인물들의 상반된 인간애人間愛와 물질物質에 대한 가치 기준



고대와 현대를 막론하고 소설의 주제는 대부분 사랑이다. 또한 사랑 못지않게 물질은 작품을 전개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에게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은 누가 뭐래도 사랑 즉 서로를 존중해 주는 인간애다. 남녀 간의 사랑이든 가족, 친구 간의 사랑이든 아니면 절대자에 관한 이타적인 사랑이든 그 모든 사랑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데 목표를 두었으며 그것은 인간들에게 삶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정신적 자양분이고 막강한 힘이다.
한편 사람들에게 삶을 버틸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현실적인 힘이며 사람들이 살아가며 사회를 이루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물질이다. 현대 사회는 황금만능 사회이므로 물질의 힘이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위대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물질 역시 사랑 즉 인간애 못지않게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불가결한 요건이다.
소설 「야전용」과 「갈매기집」에 나타난 등장인물들의 인간애와 물질에 대한 가치관을 살펴보기로 한다.




3.1. 「야전용」에 나타난 인간애人間愛


어떤 여자와도 정식 결혼은 싫었고 그저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여자를 물색하는데 우선 가까운 데서부터 보자니 밥집 여자가 첫 번째 지목 대상이었다.


서른을 조금 넘어선 과분데 얼굴은 우묵주묵한 것이 아무리 곱게 보려 해도 고와 보이지는 않지만 그까짓 얼굴이 대상이 아니고 육체가 그 것도 임시방편으로 소용되는 여자일진대 아무려면 어떠냐고


‘정조관념이 없는 싸구려 계집’이라고 송달현은 내심으로 멸시를 하였다.‘네가 놀기는 잘 논다만 아무리 피난살이기로소니 내가 네까짓 것하고야 살겠느냐?’


어차피 마음에 없는 여자를 주위 압력에 못 이겨 데리고 살 바에는 돈벌이나 시키자는 속셈이었다. 말하자면 ‘야전용’으로부터 먹자는 것이다.


이혼이 아니라 헤어져야할 때에 부지런히 때리자. <중략> 매가 무서워 야전용이 자진하여 헤어지자고 제의 하게 한다든가 또는 도망을 가게 하자는 계획이다.


먼저 맞은 왼쪽 눈 밑에서는 피가 흐른다. 한 마디도 못한다. 얼굴을 잔뜩 찡그린 것으로 보아 심한 통증을 애써 참는 모양이다. 송달현은 발길질을 할까 하다가 참았다. 금방 부어오른 왼쪽 눈두덩 밑에서 흐르는 피를 보니 가슴이 섬뜩해서였다.
‘이게 조금만 배운 여자라면 조금만 얼굴이 보기 좋게 생겼더라면……. 내가 한평생 데리고, 아니 통일될 때까지는 데리고 살겠는데, 너무 무식하고 너무 못 생겼다.



시대적 배경은 1.4후퇴 후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특히 피난민들은 헤어진 가족과 재회를 위해 다시 돌아갈 고향 생각에 거처가 불안정한 바닷가에서 누구 할 것 없이 부초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다.
위의 인용문에서 보았듯이 주인공 송달현은 정식 결혼보다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여자를 물색 하다가 보니 밥집 여자 김 마담을 선택했다. 서른 조금 넘은 과부인데 고운 얼굴은 아니지만 육체를 위해 임시방편으로 소용되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정조 관념이 없는 싸구려 계집’이라고 내심으로 멸시하면서도 ‘아무리 피난살이기로소니 내가 네까짓 것하고야 살겠느냐?’ 하며 전략을 세워 그녀에게 공세를 취하였다.
송달현은 김 마담한테 애정은 추호도 없으며 자신의 삶이 불편하니 고향으로 가기 전에 잠시 육욕을 채우는데 목적을 두었던 것이다. 처남이 김 마담의 연락을 받고 그녀와 결혼을 종용하여 결정하였다.
송달현은 마음에도 없고 임시로 함께 살 여자라고 하지만 돈벌이 시킬 속셈으로 그녀에게 ‘야전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간애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야비한 송달현의 속내는 오로지 돈이었다. 처남도 마찬가지다. 북에 친누나가 있는데 매형한테 김 마담과 결혼을 종용케 하는 의도가 무언가. 충분한 자금이 마련되었을 때 또한 야전용과 이혼을 생각하고 위자료니 뭐니 귀찮게 굴면 김 마담을 때리고 폭력으로 행사할 것을 계획한다.
누가 돈을 훔치려고 방 창구멍으로 들여다본다고 아내를 때려 왼쪽 눈 밑에 피가 흐르고 아내는 통증을 애써 참는다. 그 모습을 보고 송달현은 발길질을 할까 하다가 그만둔다. 금방 부어오른 왼쪽 눈두덩 밑에서 흐르는 피를 보니 가슴이 섬뜩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불안정한 피난 생활이라고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는 물질에만 목적을 두고 아내에게 폭력을 가한다. 주인공 송달현이 애정과 사랑이 없는 냉혈형 비인간임을 작가는 의도적으로 제시하였다. 작가 윤홍렬은 전쟁이 끝난 후 시대가 어수선한 상황일수록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휴머니티를 강요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비인간 형 캐릭터 송달현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고 볼 수가 있다.




3.2. 「야전용」에 나타난 물질적 가치관



장마철에 오이 자라듯 하는 장사가 일 년이 좀 넘어설 무렵에는 집이 거의 다섯 배로 확장 되었다. 송달현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긁어모으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과연 야전용이 전투는 잘한다고 생각하였다.


송달현은 들고 있던 돈을 방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버럭 소릴 질렀다. 알 낳은 오리를 잡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돈 잘 버는 야전용을 당분간은 가만히 놔두자고 참는것이다.


‘마타오 무역’을 하기는 아직 자본금이 약하다. 충분한 자금이 마련되었을 때 또한 야전용과 이혼을 해야 할 때 아니 이혼이 아니라 헤어져야할 때에 부지런히 때리자.


어제까지의 누계 그러니까 현재 그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사백육십팔만 환이었다. 송달현은 팔만 환을 그 상자 속에 줄을 맞춰 집어넣고 안쪽에다 연필로 기록을 하고 누계를 고쳐 놨다. 사백육십팔만 환 ‘아직도 삼십…이만 환을 더 넣어야 하는구나.…’ 한 상자에 오백만 환씩으로 채우기다. 모두 열 상자가 목표인데 이재 다섯 개가 찼다.


“안 나간다. 나는 돈이 생명이다. 생명을 두고 어디를 간단 말이냐 니나 나가겠음 나가라.” “여보, 위험해지는 구료. 어서 돈 상자들을 꺼내 불길이 먼데로 옮겨 놉시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어떡하우!” <중략> 내가 왜 이 방멩이를 들고 있는지 아니?


그런데 당신은 돈의 야전용이 되려는 거요? 한 아내가 남편의 야전용이란 그래도 괜찮은 거유. 그러나 하나의 인간이 돈의 야전용이 돼서야 어떻게 하겠우? 낼서 부터 벌면 돈은 또 모일 텐데 어서 나와요.


“니나 나가. 죽어도 난 아이 나간다.”
강한 바람에 밀린 불길이 안방 천장을 모조리 핥기 시작한다. 송달현의 궁둥이에 불이 붙었다. 불이 탄 천장에서 돈 상자 두 개가 연거푸 떨어진다. 송달현이 돈 상자 하나에 머리를 맞아 푹 쓰러진다.



송달현은 아내인 야전용을 시켜 속초에 와서 순댓국집을 차렸는데 장마철에 오이 자라듯 일 년이 좀 넘어설 무렵에는 집이 거의 다섯 배로 확장되었다. 송달현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긁어모으는 것이라 생각하였으며 삶의 목표가 오로지 돈이었다.
고향 가서 ‘마타오 무역’을 하기는 아직 자본금이 약해 충분한 자금이 마련되었을 때 야전용과 이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돈을 세는데 아내가 말을 건다고 돈다발을 팽겨 친다. 그리고 상자 안에 돈을 오백만 환 씩 열 상자 채우기가 목표인데 다섯 상자 밖에 못 채웠다. 그 돈 상자를 천장 위에 숨겼다. 숨기는 걸 장지문을 뚫고 누군가 보고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사람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고 아내 눈에 피가 나도록 폭력을 가하며 때린다. 송달현은 야수와 같은 사람으로 돈 앞에서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그때 밖에서 ‘불이야!’ 하더니 앞집에 불이 났다. 불은 천장에 숨긴 돈을 훔쳐 가려고 창구멍을 들여다보던 사람 바우 짓임이 분명하다. 송달현은 불길이 집에 옮겨붙어도 꼼짝도 않는다. 아내는 남편에게 돈의 야전용이라고 소리 지르며 빨리 불을 피해 집을 나가라고 해도 돈 때문에 안 나간다. 이 소설의 핵심은 ‘돈의 야전용’ 바로 그 대목이다. 아내가 나가자고 해도 돈 때문에 절대 도망을 안가고 있다가 송달현은 결국 돈과 함께 불에 타서 죽는다.
송달현은 야전용 아내한테 폭력을 행사하고 오로지 돈 벌어오는 기계 취급을 했다. 결국은 송달현 자신의 생명보다도 돈이 더 소중하여 천장에 떨어지는 돈 상자를 안고 불에 타서 죽는다. 욕심이 과하면 사망을 낳는다는 말이 있듯이 돈은 바닷물과 같다.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이 마르게 된다.’라는 말처럼 옛날이나 지금이나 물질 앞에는 인간애도 상실해 버린다.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기준도 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허구지만 작가 윤홍렬은 물질의 노예가 되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시니컬하게 고발했다고 볼 수 있다.




3.3. 「갈매기집」에 나타난 인간애人間愛



‘관세음보살’ 50평생에 두 번째 외어 보는 관세음보살’이다. ‘부디 한 씨를 살려주오. 부서진 뱃 조각에라도 매달려 살게 하여 주오.’몇 번인가를 되내었다.


상처한지도 5년이 넘어가는데 단 하나 있는 아들을 대학에 진학시켜 놓고는 그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어서 재혼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중략> 선주들이 어부들의 이득금을 알겨먹으려는 눈치가 보이면 거침없이 대들었다. 그의 언변에는 누구도 당하는 사람이 없었다.


추위에 덜덜 떠는 음성이었다. 최 여인은 와락 달려가 문고리를 트는데 눈물이 줄줄 쏟아진다. ‘관세음보살’ ‘당신이 안 왔는데 내가 어찌 잘 수 있겠소’라고 응수하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한태길 앞에서는 언사를 조심하게 되었고, 옷깃을 여몄고 머리를 쓰다듬어 올리는 습관이 생겼으며 거울을 자주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우리같이 삽시다.’라는 말을 할 것을 생각만 하면 얼굴이 후끈 거렸다.


‘왜 이럴까. 한 여자가 시집을 가겠다는 말은 어려서나 늙어서나 부끄러운 것인가? <중략> ‘한씨가 시장 하겠는데 어서 상을 차리자. 찌개를 맛있게 끓이자. 밥을 새로 짓자. 아니, 국수를 삶자. 국수를 한 그릇에 담아서 둘이 먹자. 그러면서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한 씨를 지켜보자


허전한 마음을 든든한 숫갈매기(?)에게 의지하고 살고 싶어졌다고 말하면 알아듣겠지비. 참, 어서 상을 차려야지. ‘갈매깃 집... 갈매깃 집 참 좋은 이름이다. 아니 나 혼자만이 갈매기이고 한 씨가 진짜 갈매기집인지도 모른다.’


‘<상략> 바깥에는 눈이 수북이 쌓였겠지비? 펑펑 쏟아져라. 며칠이고 쏟아져 배가 나가지 못하게 쏟아져라.’



「갈매기집」의 주인공들은 바닷가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와 전쟁의 상처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최 여인과 한태길은 서로 애절하면서도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최 여인은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속초 청호동 어디쯤서 국밥집을 한다. 배를 타는 어부들과 선주들이 식당에 주로 드나들지만 오로지 한태길한테 마음이 간다.
그날은 심한 풍랑이 일었다. ‘부디 한 씨를 살려주오. 부서진 뱃 조각에라도 매달려 살게 하여 주오.’ 하며 한태길을 위해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외며 발원을 하던 차 인기척이 나서 문을 열자 덜덜 떨면서 한태길이 들어왔다. 그녀는 한태길이 살아왔음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다시 ‘관세음보살’을 뇌었다.
그리고 한태길의 인품을 살펴보면 5년 전에 상처 한 그는 평소에 아들 대학 뒷바라지하며 한문도 많이 알고 문장도 잘 쓰고 남의 편지를 써주고 읽어 주기도 한다. 또한 선주들이 어부들의 이득금을 알겨먹으려는 비리가 있으면 대들기도 하고 비록 배를 타지만 바닷가에서 좀체 보기 드문 지식과 인품이 겸한 사람이어서 최 여인은 인간적으로 정이 갔다.
한태길 앞에서 최 여인은 언사를 조심하게 되고, 옷깃을 여몄고 머리를 쓰다듬어 올리는 습관이 생겼으며 거울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우리같이 삽시다.’라는 말을 할 것을 생각만 하면 얼굴이 후끈거려서 말을 못 한다. 풍랑을 견디고 살아온 한 씨한테 상 차려주고 찌개를 맛있게 끓이고 밥을 새로 지어 준다. 하지만 최 여인은 한태길을 사모하면서도 같이 살자는 말을 못 해 차마 용기내지 못하고 있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온 그에게 측은지심이 들어 무엇이든 다 해 주고 싶은 최 여인이다. 그렇듯이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타적인 사랑 바로 그것이 인간애가 아닌가. ‘허전한 마음을 든든한 숫갈매기(?)에게 의지하고 살고 싶어졌다고 말하면 알아 듣겠지비. 참, 갈매기집. 참 좋은 이름이다. 아니 나 혼자만이 갈매기이고 한 씨가 진짜 갈매기집인지도 모른다.’ ‘참, 어서 상을 차려야지. 바깥에는 눈이 수북이 쌓였겠지비? 펑펑 쏟아져라. 며칠이고 쏟아져 배가 나가지 못하게 쏟아져라.’라고 최여인은 한태길과 함께 하길 원한다. 「갈매기집」이 소설 이름이며 이 소설의 주제다. 윤홍렬 작가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며칠이고 눈이 펑펑 쏟아져서 배가 못 나가고 한태길하고 영원히 갇혀 있고 싶은 이런 숨 막히는 연모의 정을 최 여인은 소원한다. 평소에 과묵한 한태길의 속셈도 그럴 것이다. 사랑한다 함께하자는 말 없이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어 주고 일으켜 세우는 빛과 소금 같은 두 사람이야말로 심연 깊숙이 가슴 저린 사랑 인간애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작가 윤홍렬이 원하는 휴머니티 인간애가 소설 전체 분위기를 감싸고 있어 행복이 전이 된다.




3.4. 「갈매기집」에 나타난 물질적 가치



“아이 대태(큰동태)가 두 마리믄 돈이 을만 데 이 걸 날 묵으라는 기오?” “하도 크기에 아마이 묵으라고 개왔소.” 남에게서 선물을 받아본 경험은 별로 없는 최여인은 몇 천 번 선물을 받은 것 보다 더 기뻤다. 덩실 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한태길이 낭비하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해장국과 병술을 많이 팔아야 먹고 사는 최 여인이지만 낭비하는 사람은 내심으로 경멸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크기로소니 동태 두 마린데 그것을 아끼지 않는다고 책망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


최 여인은 동태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한태길은 부엌에다 대고 대꾸를 한다.
“그렇다믄 아마이는 아까운 청춘으 희생시켜 가면서 번 돈이 아이오? 그런 돈으 함부르 쓰문 되겠음메?”


최 여인이 자신을 극진히 아껴 준다는 것은 느낀 지가 오래고 그렇기 때문에 벼르고 별러서 또 아무도 없는 기회가 좋아서 대태를 선사 했는데 최여인이 펄쩍 뛰니 평소에도 성격이 깔끔하기로 소문난 최 여인인지라 동태 선물을 거부하는 심정을 이해는 한다.


이제는 갑식이도 서울에서 아들딸 낳고 동대문 시장에서 생선 장수를 하면서 집도 사고 잘 살게 마련해준 어미 갈매기가 근심 걱정 없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며느리나 손자들 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허전한 마음을 든든한 숫갈매기(?)에게 의지하고 살고 싶어졌다고 말 하면 알아 듣겠지비. 참,



「갈매기집」의 한태길이나 최 여인은 건실하고 소박하다. 실속 있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행복의 가치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고 존중하는 데서 생긴다. 「야전용」에서 주인공 송달현은 삶의 목표가 오로지 돈이었다. 하지만 한태길은 죽음과 삶을 가르는 풍랑 속에서도 동태(대태) 두 마리를 잡아서 최 여인한테 갖다주는 훈훈한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다. “아이 대태(큰동태)가 두 마리믄 돈이 을만데 이걸 날 묵으라는 기오?” “하도 크기에 아마이 묵으라고 개 왔소.” 남에게서 선물을 받아본 경험은 별로 없는 최 여인은 몇천 번의 선물을 받은 것보다 더 기뻤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한태길이 낭비 하는 것은 싫었다.
목숨 걸고 잡아 온 동태 두 마리가 천하를 얻은 것보다 더 최 여인은 소중하고 고마웠다. 결혼 2년 만에 그토록 아껴 주던 남편을 바닷가 풍랑에 뺏기고 혼자서 부둣가에서 식당 하면서 하나뿐인 아들 갑식이를 위해 열심히 뒷바라지 하며 살았다. 갑식이는 서울에서 아들딸 낳고 동대문 시장에서 생선 장수를 하고 있다. 집도 사주고 잘 살게 해 준 어미 갈매기 몫을 다하며 살아 왔던 것이다. 아끼고 절약하며 아들을 키워낸 최 여인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던가. 최 여인은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며 물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진실한 사람, 상대방을 아껴 줄 줄 아는 고매한 인격과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한태길과 영원히 함께하길 간곡히 소원하고 있다. 둘은 가난하고 소박한 가운데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한태길은 명태잡이 배 타고 최 여인은 국밥집을 하지만 물질인 돈을 위함이 아니다. 서로를 위해 주고 물질보다 인간애 즉 삶의 가치를 오로지 소중한 사람한테 두었던 것이다.




4. 함경도 방언에 나타난 고향故鄕의식



문학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언어를 매개로 하는 인생 표현이라고 했다.
소설 「야전용」과 「갈매기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사용하는 함경도 언어 즉 방언에 나타난 고향 의식을 살펴보기로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1.4후퇴로 삼일 후면 북쪽로 돌아갈 줄 알고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들이다. 그들은 임시 거처를 북쪽하고 가까운 속초 바닷가로 정했다.
「야전용」의 송달현 아내는 순댓국집을 하고 「갈매기집」의 최 여인은 어부들한테 국밥과 술을 판다. 선주 한태길은 여느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고기 잡는 일에 종사한다. 피난 나온 사람들은 함경도 사투리를 쓰며 대부분 집성촌처럼 속초 바닷가에 모여서 피폐한 현실에 맞서 통일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흔히 방언이라 부르는 것은 지역이나 사회 계층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표준으로 사용하는 언어의 분화체로 볼 수가 있다. 시대 변천에 따라 때로는 한 언어에서 생겨난 몇 가지 변형된 언어들이 서로 소통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 지역 사투리 또는 방언이 독자적인 언어로 형성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언어 속에는 그 지역의 특징이나 지역민의 혼이 담겨 있다. 그 특징을 사회적 방언과 지역적 방언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적 방언은 사회 중추 세력들 또는 단순히 대다수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다른 방언들보다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 수도를 중심으로 한 표준어를 말한다. 또한 지역적 방언은 계층적 방언이라고도 하며 인접 지역의 방언과 끊임없이 접촉하여 그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변화를 거쳐 한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고유한 언어 즉 특정 지역의 사투리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함경도 방언은 지역적 방언이라고 볼 수가 있다.
「야전용」이나 「갈매기집」 두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실향민으로 함경도 방언을 사용한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어떤 지역이나 지방에서만 쓰는 특유한 언어 즉 방언을 사용하는 것은 실존의 근원인 고향 상실감으로 연결이 된다. 따라서 ‘고향 의식’은 대다수 실향민들에게 키워드가 되며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향을 떠난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함경도 토착어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향수가 골이 깊게 내재 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실향민들의 고향 의식이 언어에서 표출된다. 속초라는 피난지에서 집성촌처럼 모여 살면서 동병상련이듯 통일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가 윤홍렬은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함경도 방언에서 분단의 아픔과 잃어버린 고향을 각인시키며 소설의 주제를 의미화했다고 볼 수가 있다.
함경도 방언은 주로 두 개로 나뉜다. 정평 이북의 함남과 함북의 남부에 쓰이는 방언을 함경 방언이라고 하고 두만강 유역 방언을 육진 방언이라고 한다. 함경도 방언은 투박하면서 억센 느낌을 준다. 모음 ㅟ, ㅚ가 사라지고 8모음에서 6모음으로 줄어 든다. 특히 ㅡ는 ㅜ와 가까워져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함경도 지방의 대표적인 방언은 구개음화와 두음법칙 현상이 뚜렷이 성립이 된다고 한다. 구개음화란 쉽게 이야기해 ㄷ, ㅌ 음이 y음이나 i음을 만나 ㅈ, ㅊ 음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즉 뎌기(저기) 둏다(좋다) 댱마당(시장) 덩거당(정거장) 등의 변형이 함경도 지방에 많이 나타난다. 또한 ㄴ이 ㅇ으로 변화는 두음 법칙도 형성이 된다. 냥번 (양반) 념튀(염통) 뉴황(유황) 뉵진(육진)등이 대표적인 함경도 방언으로 알려지고 있다. 함경도 지방의 방언은 주로 사회적 방언으로 두만강 유역을 비롯해서 지역마다 종류도 다양하지만 현실에 맞서서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야전용」과 「갈매기집」에 통용하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극히 부분적이지만 소설 속에서 사용하는 함경도 방언들을 살펴보며 문법적인 변화도 짚어 보기로 한다.




4.1. 「야전용」에 나타난 함경도 방언을 살펴보기로 한다.



“정신이 통일 돼야 돈을 세지비?” “그래도 그 주둥아리는 까져서 나발(말을 함부로 하다)을 부니?” “이 세상엔 놈만 있니? 간나(계집애)도 있지비?”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길주, 명천 지역에서는 종결어미를 ‘지비’로 많이 쓴다.


“그런데 니는 으찌(어찌) 놈, 놈 하니. 그 걸로 봐서 니는 어떤 놈인지를 안다는 증거가 아이겠니?” 송달현은 사뭇 주먹을 얼려맨다.(힘을 주고 꽉 잡는다)
- 부사 ‘어찌’의 ‘ㅓ’를 북한에서는 ‘ㅡ’ 즉 으찌’로 발음한다. 함경도 방언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아니’를 ‘아이’ ‘안’으로 표현이 된다.


“오나조(오늘 저녁) 영업을 끝냈을 때 니는 어딜 갔다가 한참 있다가 들어 왔느냐 말이다.” “아가리를 또 별러 봐라. 무시기(무엇이) 우찌고 우째(어째고 어째)? 이 개 간나야(계집애를 개에 빗댄말).” “으찌(어찌) 그리니?” “날래(빨리) 나가봐라.” “죽어도 난 아이 나간다.”




4.2. 「갈매기집」에 나타난 함경도 방언을 살펴 보기로 한다.



“뉘기요?”(누구요) “우뚝한 코, 너부죽한(넓고 평평한) 입은 당신을 그대로 판에 찍어 놓은 것 같으지비”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길주, 명천 지역에서는 종결어미를 ‘지비’로 많이 쓴다.


“건방진 갈라새끼(계집의 자식)라고” “시가이(시간이) 몇 신데 수르(술을) 먹자는 기오. 오나존(오늘 저녁엔) 그냥 갑세.”
목적격 조사로 ‘으’ ‘르’를 많이 쓴다. ‘수르’가 ‘술을’로 발음한다. 명령이나 의문을 요구하는 평대로 종결어미를 ‘오’로 표현한다. 주격 조사가 ‘가’가 잘 쓰이지 않고 동해안 방언처럼 ‘이’가 주로 쓰인다. 종결어미 존칭 ‘갑시다’를 ‘갑세’로 표현한다.


“종 갈래새끼(종의 계집자식) 그러믄(면) 말씨나 곱게 씨부릴(함부로 지껄이다) 것이지비.” 콧마루가 슴벅거린다.(눈꺼풀을 움직이며 감았다 떴다한다)
용언의 어간에서 ‘∼면’을 북한에서는 ‘∼믄’으로 발음 한다.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길주, 명천 지역에서는 종결어미를 ‘지비’로 많이 쓴다.


“시간이 늦어서 아이되오.” 산더미 같은 멀기(파도)에 휘말려
명령이나 의문을 요구하는 평대로 종결 어미를 ‘오’로 표현한다. ‘아니’라는 부정의 의미를 ‘아이’로 표현한다.

부사 ‘어찌’의 ‘ㅓ’를 북한에서는 ‘ㅡ’ 즉 으찌’로 발음한다. ‘아니’를 ‘아이’ ‘안’으로 표현이 된다.


“그런 멀기(파도) 속에서는 기관이 멎으믄(면) 사람으(의)손과 발에 신경통이 난기나 한가지라, 우리가 아이 봐 주믄 꼼짝 없이 죽능(죽는)긴데 으찌(어찌) 겠소.”
용언의 어간에서 ‘∼면’을 북한에서는 ‘∼믄’으로 발음한다. ‘아니’라는 부정의 의미를 ‘아이’로 표현한다. 부사 ‘어찌’의 ‘ㅓ’를 북한에서는 ‘ㅡ’ 즉 으찌’로 발음한다.


“우리가 함께 죽는 하이(한이) 있어두 몽본체는 몽하는기라. 자, 이 고기나 받읍세.” “으찐(어찐)기요?”
‘못’한다는 부정의 뜻을 함경도에서는 ‘몽’으로 사용한다. 함경도에서는 종결어미인 ‘받읍시다’ 존칭을 ‘세’로 즉 ‘읍세’로 표현한다. 부사 ‘어찌’의 ‘ㅓ’를 북한에서는 ‘ㅡ’ 즉 ‘으찌’로 발음한다.


“아마이(아주머니) 끓여 무그(먹으)라고 개(가져) 왔소”
종결어미에서 평대인 경우엔 ‘소’를 많이 쓴다.


“아이 대태(큰동태)가 두 마리믄(면) 돈이 을만(얼마)데 이걸 날 묵으(먹으)라는 기오?”
용언의 어간에서 ‘∼면’을 북한에서는 ‘∼믄’으로 발음한다. 주격 조사가 ‘가’가 잘 쓰이지 않고 동해안 방언처럼 ‘이’가 주로 쓰인다. 명령이나 의문을 요구하는 평대로 종결어미를 ‘오’로 표현한다.


“오새(지각)없는 소리 자그마치 합세.” “봄세. 아마이(아주머니)는 나에게 음식으 주어도 되고 나는 아마이(아주머니)에게 벨(별) 것도 아인대태(명태) 두 마리르 주믄 아이(아니)됨메?”
종결어미 ‘시다’ 존칭을 ‘세’로 ‘합세’ ‘봄(봅)세’로 표현한다. 목적격 조사로 ‘으’ ‘르’를 많이 쓴다. ‘음식을’을 ‘음식으’로 ‘마리르’ ‘마리를’ 표현한다. 함경남도 지방에서는 평서법 존대로 ‘음메’ ‘슴메’ ‘됨메’를 많이 쓴다.


“그런 오꼬째진(심술궂은)소리 맙세. 날래(빨리) 방안에나 들어가기요.” “그런 말을 했쌌소.” “미안하오. 올제(내일) 옵세.”
평대인 경우엔 ‘소’를 많이 쓴다. 함경도에서는 종결어미 ‘시다’ 존칭을 ‘세’로 표현한다.


“미안하오. 올제(내일) 옵세. 자. 어서 갑세.” “눈이 수북이 쌓였겠지비?”
함경도에서는 종결어미 ‘시다’ 존칭을 ‘세’로 표현한다. ‘옵세’ ‘갑세’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길주, 명천 지역에서는 종결어미를 ‘지비’로 많이 쓴다.


속초 바닷가에는 북쪽 고향을 그리워하는 함경도 실향민들이 촌락을 이루고 그들만의 언어를 구사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가족의 상봉과 통일을 염원하며 아픔을 간직한 채 반세기를 넘게 살아온 삶이다. 통일을 기다리며 고향을 그리워하던 이산 1세대는 한 명씩 세상을 떠나는 현실이다. 속초에 남아 있는 실향민 2세들이 함경도 지역의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와 함경도 방언의 명맥을 이어 가야 할 텐데 변화하는 세태에 쇠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작가 윤홍렬은 고향이 북쪽도 아니고 실향민도 아니다. 그런데 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송달현과 김 마담 그리고 최 여인과 한태길 그 외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함경도 방언으로 완벽하게 구사했다. 소설가들은 허구적인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리얼하게 묘사함에 가끔 탄복을 금치 못한다.
작가 윤홍렬의 장편소설 「역풍은 불어도 강물은 흐른다」에서 작품의 배경은 함경북도 무산이다. 그곳의 시대적 배경과 장소적 배경에 있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함경도 방언을 완벽하게 구사한 대하소설이다. 작가 윤홍렬은 투시 안으로 함경도 지방을 꿰뚫고 있어 주로 함경도 지방언어를 소설의 소재로 구상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속초 바닷가에서 실향민들을 많이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홍렬 작가야말로 탁월한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5. 나가는 말



작가 윤홍렬의 단편 소설 「야전용」과 「갈매기집」에 대한 삶의 가치관을 비교해 보았다.
먼저 두 소설에 나타난 작품의 시대적 공간적인 배경이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은 1951년 1.4 후퇴 직후로 볼 수 있으며 공간적 배경은 사흘 후면 고향으로 돌아가리라고 생각한 그들은 속초 청호동 어디서 생업을 위해 식당일과 고기잡이를 하며 살아가는 실향민들의 이야기이다.
또한 「야전용」과 「갈매기집」의 등장인물들의 상반된 인간애와 물질에 대한 가치관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두 소설에 있어 휴며니티한 인간애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소설 「야전용」은 제목에서부터 주제가 암시된다. 임시 아내를 ‘야전용’이라 이름을 붙여 순댓국집에서 벌어 오는 돈을 착취하려고 한다. 통일이 되면 돈만 빼앗고 북쪽 고향으로 가려는 송달현의 야비한 심보다. 인간애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으며 집에 불이 났는데도 자신보다 소중한 돈을 움켜쥐고 있다가 불에 타죽고 만다. 황금만능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려 주는 작품이다.
「갈매기집」 역시 이 소설의 제목이며 주제가 된다. 폭풍 치는 바닷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최 여인은 한태길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서로 상처를 쓰다듬어 주며 서로에게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한태길과 최 여인의 이타적인 삶이 작품에 녹아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물질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고매한 인격자들로 설정이 되었다. 가난하고 소박한 삶 속에 서로를 위하고 물질보다 사람에게 소중한 가치를 두었던 것이다.
윤홍렬 작가는 소설 「야전용」에서 소설의 주제를 물질 즉 돈에 두어 주인공들의 삶을 피폐하게 설정하였다. 그리고 「갈매기집」에서는 주인공들로 하여금 인간 중심 즉 휴머니티에 가치를 두어 풍요롭고 이타적인 삶을 제시하였다. 작가 윤홍렬은 두 소설의 상반된 주제를 설정하여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정한 메시지와 이정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함경도 사투리에 나타난 고향의식에서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언어는 시대 변천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국가나 사회 그 시대를 함께 공유했던 사람들의 혼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전용」과 「갈매기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언어는 함경도 사투리를 사용한다. 그 언어에는 고향 상실에서 오는 그리움이나 향수가 깊게 내재되어 있다. 그들은 속초 바닷가에 집성촌처럼 모여 살면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끌어안고 통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속초라는 피난지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토착어 함경도 사투리에서 동질감을 갖게 되고 서로의 아픔을 위로 받게 된다. 「야전용」과 「갈매기집」 등장 인물들의 공통적인 언어는 함경도 사투리이며 고향에 대한 향수와 분단의 아픔을 끌어안고 피난지에서 살아가는 실향민들의 고단한 삶을 묘사했다고 볼 수가 있다.
작가 윤홍렬은 「야전용」과 「갈매기집」을 통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에 있어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편 인간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그 가치 기준이 무엇인가로 좁혀서 생각할 수가 있다.
두 소설 속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1.4후퇴 때 함경도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다. 피난지 속초 바닷가에서 식당일에 종사하는 그들의 질퍽한 함경도사투리에서 고향에 대한 향수와 실향의 아픔을 느낄 수가 있다. 두 소설의 여자 주인공의 공통점은 식당을 하며 생활을 꾸려나간다는 점이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들의 여성관은 큰 대비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야전용」에서 인간성을 상실하며 물질문명 즉 돈에 노예가 되어 몰락하는 모습으로 50여 년 전에 재현하였다. 하지만 「갈매기집」에서는 「야전용」과 정반대로 사람들의 생존의 목적을 물질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과 휴머니티한 인간애에 가치를 두었다. 전쟁 후 혼란기에 속초로 피난 나온 실향민들의 아픔과 삶의 모습을 재조명 하였다. 소설이 궁극적으로 묘사하고 표현하고 창조하려는 것은 바로 인생이며, 그것을 통해 더욱 나은 인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윤홍렬은 북쪽 고향과 제일 가까운 속초 그리고 청호동을 장소적인 배경으로 설정하였다. 소설 속 가공인물이지만 수복지구 피난지에서 실향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두 소설에 표현하였으며 소설의 주제로 작가는 구성하였다.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분단 지역의 현실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는 작가의 호소력 있는 집필이 가슴에 와닿았다.
「야전용」과 「갈매기집」 두 소설이 지역 문인이나 예술인들한테 폭넓게 읽혀지길 바란다. 그리고 지역의 많은 제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고 윤홍렬 작가의 작품이 테마별로 연극으로도 올려지고 정기적으로 세미나 주제로도 발표되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세미나 주제에 대한 책자도 발간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유홍렬 작가의 작품과 삶이 지역문인들을 통하여 꾸준히 재조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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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정 남
· 1987년 《시와 의식》 등단. 2015년 《현대수필》 등단
· 시집으로 『속초바람』 외 3권, 수필집 『겨울비선대에서』 출간
· 강원문학상 외 다수 수상
· 한국문인협회, 강원문인협회, 속초문인협회, 설악문우회 회원으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