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호2020년 [초대작품_시] 통돼지 바비큐 / 심은섭 (강릉문인협회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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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돼지 바비큐
온몸을 삭발한 채
드럼통 숯불 화덕에서 몸을 구우며 수행 중이다
처음엔 간이식당 탁자 위로 쌓이는 취객의 술주정과 사글셋방 창문을 두드리는 어둠의 탁발로 알았으나 모가지가 짧아 하늘을 쳐다보지 못한 전생의 업에 대한 고해성사였다
세균 증식을 막아내지 못해 자결한 냉동실의 온도와 들짐승의 영혼을 통과하지 못한 달빛의 양심선언으로 알았으나 붓다의 생을 탁본할 화기를 불러들이는 의식의 시간이었다
까마귀가 죽은 과일나무 언저리에 앉아 경전을 읽는 일과 술잔과 술잔 사이에 끼어있던 부정문이 얼굴을 지우는 일로 알았으나 푸른 지느러미를 공양한 목어木魚의 다비식이었다
황금빛 와불, 그의
사리를 받아먹은 바람의 입가엔 화색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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