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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2020년 [초대작품_시] 가을에 띄우는 편지 / 김백란 (철원문인협회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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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18회 작성일 20-12-2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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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띄우는 편지



단풍잎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은행나무가 환하게 노란불을 켰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티 없이 맑고 고운 가을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잎이 지기 전에 이 고운 빛을 가슴에 쓸어 담아
잠재우렵니다
겨우내 어두운 밤을 이 빛으로 밝히겠습니다
생강꽃 진달래꽃이 필 때까지
사위지 않는 불꽃으로 피워 올리겠습니다
가을 햇빛 잔잔한 사랑으로 보답하는 나무들을
닮아가겠습니다
올해도 창을 열고 가을 단풍놀이를 끝냈습니다
긴 겨울 동안을 오늘처럼 가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우수수 떨어지던 잎새들
조금씩 가만가만 떨어져 내립니다
사운대는 그 소리 듣고 무우 배추가
살이 오르고 있습니다
된서리 기다리다 지친 풀들 어깨가 축 처지고
억새는 하루하루 자태를 뽑내고 있습니다
저만치 기러기와 두루미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갑니다
끼루룩끼루룩 뚜르르 뚜르르
그 소리에
마지막 남은 은행알이 툭!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