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호2020년 [초대작품_시] 송화밀차를 마시다 / 송병숙 (삼악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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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밀차를 마시다
사랑은
서리꽃 같은 것이어서
미시령 옛길에
화암사 날아갈 듯 침묵하고 있다
늙은 절이야 기품이 있다지만
마당 끝 란야원에 앉아 송화밀차를 마시면
오래 묵어도 그리움은 왜 늙지 않는 걸까
혀끝에 남은 송화밀 맛처럼
옛사랑은 잡힐 듯 사라지지도
다가오지도 않는 것이어서
사는 일이 잿불같이 사그라들면
고드름이 햇살 발을 치고
처마 끝 풍경 소리가
대웅전 꽃살문(紋)을 한 잎씩 동해로 날려 보낼 때
가슴골 깊은 이야기들이
서리꽃을 다시 피워 올리는 화암사에
한 사날 갇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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