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호2020년 [초대작품_시] 새소리 택배 / 이혜선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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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 택배
구례 사는 후배가 택배를 보내왔다
울안의 앵두 매실 머윗대도 따지 못했어요 콩은 밭에서 콩깍지가 터졌고 고구마 두 이랑은 살얼음 낀 뒤에야 캐었답니다 감 몇 개 그대로 까치밥이 되고 밤은 쥐들 먹이가, 대추와 산수유는 새들 먹이가 되었어요 그래서 제 집 남새밭에는 언제나 새들 지저귀는 소리 끊이지 않아요
상자를 여니 서리 맞은 누런 호박 한 개와 대추가 들어 있었다 고구마 여남은 개와 주황색 감이 남새밭과 감나무를 데리고 들어 있었다 바삐 통통거리는 그녀 발소리 속에 내년 봄에 핀 산수유꽃망울도 질세라 연노랑 하늘을 서둘러 열고 있었다
빈 상자 속에서 또롱또롱 새소리가 방울방울 튀어나왔다 뒤이어 지리산이 큰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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