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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2021년 [동화] 윙윙 형 / 이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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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악문우회
댓글 0건 조회 1,621회 작성일 21-12-0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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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은 시간이 가면

희미해지고

본색을 잃어간다.

하지만 가끔씩 추억은 밤하늘 새로 태어난 별처럼

날이 갈수록

더욱 빛을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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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 형 




떳다 떳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1



두 팔을 벌리고 몸을 비틀며 막 비행기 놀이에 들어가려고 할 때 대문이 열렸습니다. 열린 대문엔 윙윙 형이 떡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딱 얼어붙었습니다. 너무 놀라면 숨이 탁 막힌다고 하지요. 그랬습니다. ‘형!’ 하고 불러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그냥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쟤 봐. 정신 나갔네.”

엄마가 윙윙 형을 맞느라 맨발로 달려 나오면서도 나에게 눈을 떼지 못합니다.

“숙모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마당에 들어선 윙윙 형이 엄마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조카. 어서 오게. 이게 얼마 만인가.”

엄마가 눈시울을 붉히며 윙윙 형 팔에 걸친 겉옷을 받으며 반겼습니다.

“정우야. 뭐야. 벌쭉하게 서 있긴.”

윙윙 형이 다가오더니 내 정수리 머리카락을 마구 흩트려 놓습니다. 갑자기 봄눈 녹듯이 내 몸이 와르르 녹아내렸습니다. 윙윙 형 손바닥에 나는 기름 냄새가 내 코에 살짝 간지럼을 줬습니다.

‘형!’ 하고 큰 소리로 불러야 하는데 목소리 대신 눈물이 먼저 핑 돌았습니다.

윙윙 형은 마루에 올라와서 엄마에게 큰절을 했습니다. 엄마는 절을 받으려다가 일어나 윙윙 형의 손을 잡습니다. 나는 아직도 말 한마디 못하고 마당 한가운데서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윙윙 형이 가져온 커다란 크로스백이 마루 한쪽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습니다.

“우리 정우가 좋아하는 것, 짜잔.”

윙윙 형이 우리 집에 오면 제일 먼저 내 앞에 내놓는 것이 있습니다. 검고 뭉툭한 크로스백에서 꺼낸 누런 종이 봉지. 그 속에서 이번에도 수많은 비행기가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방금 전까지 굳어 있던 내 입이 언제 녹았는지 모릅니다. 나는 마루로 달려가 윙윙 형을 와락 껴안았습니다.

“어, 어. 어.”

마침 쭈그려 앉아 크로스백에서 누런 봉지를 꺼내고 있던 윙윙 형이 달려드는 나의 힘에 밀려 ‘꽈당’ 하고 뒤로 넘어졌습니다. “아이쿠!” 윙윙 형의 입에서 외마디 소리가 터졌습니다. 나는 넘어진 윙윙 형의 배 위에 엎딘 채 형의 눈을 똑바로 보았습니다. 본래 큰 윙윙 형의 눈이 더 크게 왕방울만큼 커져 있었습니다.

“형, 형!”

나는 그제야 윙윙 형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눈물이 팍 쏟아졌습니다. 형은 나를 살며시 끌어안더니 내 등을 한참 토닥거려주었습니다.

나의 행동으로 각본에 없는 퍼포먼스가 끝나고 윙윙 형은 널브러진 누런 봉투를 주워 뜯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윙윙 형도 침착성을 잃었는지 그만 누런 봉투를 뒤집고 말았습니다. ‘쫘르르 ~’ 누런 봉지에서 수많은 비행기들이 마룻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비행기들. 기수를 올린 비행기, 내린 비행기, 옆으로 비스듬히 각도를 틀은 비행기, 뒤집어진 비행기, 서로 엉킨 비행기, 날개 부러진 비행기, 여기저기 몸체가 부서진 비행기, 마룻바닥은 어느새 하늘이 되었습니다.

흩어진 비행기들이 편대2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적기들이 달려듭니다. 아군 비행기와 적군 비행기는 서로 쫓고 쫓기다가 뒤엉키기 시작합니다. 하늘에는 치열한 공중전3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김 대위. 뒤를 봣.”

날카로운 편대장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앗. 위급이다.’

적기가 김 대위의 비행기 꼬리를 물고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아직 사정거리4에 들진 않았지만 곧 적기의 기관포가 불을 품을 것입니다. 공중전에서 적기에게 꼬리를 보이면 격추되기 쉽습니다. 격추는 곧 비행기와 함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일입니다.

김 대위는 급하게 조종간을 당겼습니다. 비행기가 하늘로 순식간에 수직으로 올랐습니다. 그러다 다시 급강하를 하며 몸체를 뒤틀어 급회전을 합니다. 정말 아찔한 순간입니다.

“김 대위 잘했다. 적기를 따돌렸어.”

무선에 편대장의 말이 들렸습니다. 백지장처럼 하얘진 김 대위의 얼굴이 서서히 제 빛깔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잠시 현기증에 김 대위 몸이 휘청거렸습니다. 엄청난 공포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대위님, 정신 차리세요.”

조종석 뒷자리에 앉은 윙윙 형이 소리쳤습니다.

“박 중사, 고맙네. 이상 없지?”

금방 정신을 차린 김 대위가 말했습니다.

“넵, 이상 없습니다.”

박 중사는 큰 숨을 들이켜고 비행기 뒤쪽을 향해 돌아보았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뭉게구름이 비행기 꼬리 부근에 떠 있습니다. 뭉게구름 사이로 윙윙 형 박 중사가 탄 아군 비행기 편대와 적군기 편대는 서로 쫓고 쫓기며 마치 잠자리 떼들이 곡예를 하듯 하늘을 날았습니다. 비행기들은 장난이나 치듯이 뒤죽박죽 엉키고 흩어지고 뒤집어지고 떨어지고 빙빙 돌다가 확 다가오곤 합니다. 붙잡히면 술래가 되는 술래잡기놀이처럼 필사적으로 몸을 피하기도 합니다. 불을 품고 내리꽂는 비행기가 있었고, 검은 연기를 뒤로 내 갈리며 멀리 사라지는 비행기도 있습니다.

‘뿌아앙 뿌앙’ ‘따따따따 따따따다’ 비행기 프로펠러 소리와 기관총 소리에 잠시 귀가 멉니다. 잠시만 한 눈을 팔면 기관총알이 박혀 벌집이 되거나 격추가 됩니다. 김 대위는 능숙하게 비행기를 몰고 박 중사는 사격수가 되어 기관총을 발사합니다. 내 비행기가 격추되지 않으려면 적기의 공격을 받기 전에 내가 먼저 공격을 해야 합니다. 우물쭈물하거나 실수하면 끝장입니다. 내 비행기가 살면 내가 살고 내 비행기가 격추되면 나도 격추됩니다. 공중전에서의 삶과 죽음은 한순간입니다. 아군과 적군의 조종사들은 목숨을 내놓고 공중전을 치릅니다.

“김 대위님, 저기 10시 방향.”

박 중사가 소리쳤습니다. 편대장기가 적기에게 막 꼬리를 물리고 있었습니다. 김 대위는 급하게 방향을 틀었습니다. 순간 적기의 뒷날개가 눈앞에 보입니다.

“지금이다.”

김 대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박 중사는 기관총 방아쇠를 당깁니다. 적기 위로 불빛이 번쩍하더니 검은 연기가 솟습니다. 박 중사의 기관총은 쉬지 않고 맹렬하게 불을 품고 있었습니다. ‘퍼퍼퍽뻥’ 검은 연기가 나던 적기의 조종석이 폭발합니다. 검붉은 불길을 달고 추락하는 적기 뒤로 검은 연기가 길게 용오름처럼 이어집니다.

“김 대위.”

편대장의 소리가 무전기에 들려왔습니다.

“고맙다 김 대위. 고맙다.”

편대장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김 대위 비행기가 편대장을 살린 것입니다. 옆으로 나란히 날고 있는 편대장기에서 편대장이 엄지 척을 하며 앞서갑니다. 김 대위와 박 중사는 거수경례를 합니다.

“이제 기지로 돌아간다.”

아까와는 다르게 안정을 찾은 편대장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습니다.

“적기 3대를 물리쳤다. 2대는 도망갔다. 우리는 한 대가 맞았다. 다들 무사해서 고맙다. 착륙을 안전하게 하길 바란다. 이상.”

○○○ 비행단 활주로가 보이는 지점에서 편대장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박 중사는 눈을 찔끔 감습니다. 우선 살아서 기쁘고 이겨서 기쁩니다. 하지만 전우 두 명을 잃었습니다. 오늘은 누굴까. 낙하산은 탔겠지. 꼭 살아 돌아와야 할 텐데. 박 중사는 눈을 뜹니다. 프로펠러 소리가 뒤로 흐르며 구름 속으로 숨습니다.

“야, 너 뭐 하고 서 있니.”

날카로운 엄마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공중전 하던 비행기들은 다시 마루 위에 흩어진 비행기 과자로 눈 밑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형이 너 생각해서 가져온 비행기 과자야. 얼른 줘 담아야지.”

형이 들을까 봐 엄마가 내 귀밑에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엄마. 오해예요. 난 형이 격추당하지 않고 왔다는 게 정말 너무너무 좋아요. 이 비행기 과자를 입에 넣고 먹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형이 올 때마다 비행기 과자 사 왔으면 하고 기도해요. 앞으로도 언제나. 정말이어요. 난 형 없으면 못 살아요.’

나는 비행기 과자 하나하나를 소중히 주워 봉지에 넣었습니다. 하얀색 비행기 과자. 아군 표시도 적군 표시도 없는 비행기 과자. 이 비행기 과자가 저 푸른 하늘 위를 자유롭게 붕붕 날아다니고 선물도 떨어뜨려 주고 하얀 눈송이도 뿌려주었으며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정우야. 이젠 비행기 과자 싫어?”

“아니요.”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윙윙 형을 쳐다봤습니다.

“근데 엄마가 뭐래?”

“아, 아니에요. 비행기 과자를 얼른 줍지 않는다고 말 들었어요.”

나는 속으로 또 말을 이었습니다.

‘흩어진 비행기 과자를 보고 형이 해줬던 얘기를 잠시 떠올렸어요. 형. 정말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내가 형아 만큼 클 때까지 비행기 과자 사다 주세요.’

나는 다시 울컥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정우야. 우리 PX5엔 비행기 과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앞으로도 너 싫증날 때까지 실컷 갖다줄게.”

윙윙 형이 내 속을 알아채기나 했을까. 나는 환히 웃었습니다. 형도 웃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형 표정이 달라지며 묻습니다. 나는 흠칫했습니다.

“너 어른이 돼서도 비행기 과자 먹을 거야?”

나는 주저 없이 머리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윙윙 형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거 야단났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어른 돼도 아이들 과자 먹는 다네. 와, 이 책임은 다 내 책임인데 어떡하니.”

“형, 걱정 말아요.”

나는 얼른 윙윙 형 품에 안겼습니다.

윙윙 형은 가족이 없습니다. 우리가 형의 가족입니다.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우리 아버지가 가족들을 배에 태우고 남한으로 피난을 왔습니다. 그때 일을 1.4 후퇴6라고 합니다. 1.4후퇴는 한국전쟁에서 대단히 큰 사건입니다. 전쟁 후 이산가족 1천만 명이나 생겼으니까요. 지금도 이산가족문제는 우리 민족에게 큰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큰고모 아들인 윙윙 형이 함흥7에 있던 공업기술학교를 다녔는데 전쟁이 터진 것입니다. 우리 집에서 학교를 다니던 형은 집에 연락도 못 하고 우리와 함께 남한으로 피난 나왔습니다. 1.4후퇴 그 밤은 무척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혼란스럽고 아수라장 같았던 피난길이었습니다. 앞에는 바다, 하늘에는 눈보라, 뒤에는 북한군, 중공군이 밀어닥치고. 강추위까지 덮쳤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가족은 다행히 우리 아버지가 겨우 마련한 목선을 타고 남한으로 내려왔습니다. 윙윙 형은 졸지에 부모형제를 다 북한에 놔두고 온 고아 처지가 되었습니다.

길지 않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한국전쟁(6.25전쟁)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막바지에 달하자 국군ㆍ유엔군 대 북한군ㆍ중공군 간의 전투는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전쟁이 끝나기 전에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전쟁 처음에는 북한군이 엄청난 수의 탱크와 전투기를 앞세워 남한에 파죽지세8로 밀고 내려왔습니다. 북한군의 승리로 전쟁은 곧 끝날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하지만 반격에 나선 국군과 유엔군이 차차 하늘을 제압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의 제공권을 차지한 국군ㆍ유엔군은 엄청난 수의 전투기와 폭격기로 북한 땅을 폭격했습니다. 비행기 출격이 쉼 없이 많아지자 남한에서는 비행기 정비사들이 부족했습니다. 기술계통의 소질이 있던 윙윙 형은 공군에서 모집한 정비사에 붙어 하사 계급장을 달고 비행기 정비사가 되었습니다.

내가 윙윙 형과 떨어져 살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전쟁이 한참이라 윙윙 형이 집에 오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형은 집에 올 때면 언제나 비행기 과자를 사 왔습니다. 나는 비행기 과자를 손에 들고 위이잉 위이잉 소리를 내며 비행기 놀이를 했습니다. 형도 함께 방안을 돌면서 비행기 놀이를 같이 했습니다.

“정우야. 비행기 프로펠러가 처음에는 푸드득푸드득 하고 소리 내지만 이륙을 할 때는 엄청난 속도로 돌아. 사람이 막 날아갈 지경이야. 그러니 너도 더 세게 비행기 소리를 내야지.”

나는 ‘푸드드득’ 입바람으로 입술을 부르르 떨며 방안을 돕니다. 나중엔 아주 높은 윙윙 소리까지 지르다 지쳐서 쓰러집니다. 형은 나보다 더 큰 소리로 ‘위이잉 위이잉’ 하다가 쓰러집니다. 형과 나는 웃다 쓰러지고 웃다 쓰러지다 하면서 비행기 놀이를 했습니다. 비록 하루뿐인 시간이지만 형과 나는 비행기 놀이를 실컷 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형이 집에 오자 나는 “윙윙 형! 윙윙 형!” 하고 형을 부르며 안겼습니다. 나를 덥석 안아 올린 형은 머리를 갸우뚱거리면서 

“날 불렀어?”

하고 말했습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내가 왜 윙윙 형이야.”

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형은 이제부터 윙윙 형이야. 내가 새로 이름 붙였어.”

“내가 윙윙 형?”

“그래. 맨날 비행기 과자 사 오고, 나하고 비행기 놀이하니까 윙윙 형이지.”

형은 날 한참 쳐다보고는 활짝 웃었습니다.

“그래, 그래. 난 공군에서는 박 협 중사고 너한테는 이제부터 윙윙 형이다. 됐지?”

나는 너무 기뻐 머리를 마구 끄덕였습니다. 형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비행기 과자가 선물로는 둘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첫째 선물은 형으로부터 듣는 진짜 비행기 이야기입니다. 비행기 과자는 먹으면 사라지지만 형 이야기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윙윙 형은 오만가지 표정을 지으며 얼마나 실감 나게 이야기하는지 나를 울리고 웃기고 했습니다. 그러다 비행기 전투 장면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가슴을 졸이고 긴장되어 침을 꼴깍꼴깍 삼키곤 했습니다.

“내가 타는 비행기는 L-59라는 비행기야. 북한군이 어디쯤 오는지 하늘에서 정찰을 했어. 우린 처음에 물자도 실어 나르고 어떤 날은 위문 편지까지 실어 날랐지. 그런데 전쟁이 심해지자 우리 비행기는 어느새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군인들을 싣고 오기 시작했어. 정말 충격인 건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난다는 데 있지. 이게 아닌데, 아닌데 하고 난 울부짖기도 했어. 너무나 처참한 모습들이었지. 하지만 어떡해. 나는 군인인데. 명령을 따라야지. 그리고 부상자를 안전하게 빨리 후송하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데. 우린 머뭇거릴 사이가 없었어. 지금은 전쟁 중. 죽기 아니면 살긴데.”

윙윙 형이 이 말을 할 때는 마치 넋 나간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킵니다. 그런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가 듣고 싶었습니다. 전에 다 못 들은 공중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끝내 형의 눈가에 눈물이 묻어 있는 걸 보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윙윙 형이 다시 왔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윙윙 형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정우야. 나 상사로 진급했어.”

정말 윙윙 형 어깨는 상사 계급장이 달려 있었습니다. 윙윙 형이 나를 들어 올릴 때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손바닥이 마치 시멘트 바닥처럼 거칠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를 마치 가벼운 배게 들듯 드는 게 아닙니까.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을까요. 거기다가 더 놀라운 것은 윙윙 형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순진하고 웃기를 잘하며 표정 연기 잘하던 걸걸한 목소리의 윙윙 형. 이제는 날카롭고 눈에 핏발이 서고 돌같이 굳은 표정과 힘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 나는 겁이 나 가슴이 뛰었습니다.

“정우야. 이거.”

윙윙 형이 이번에는 선물을 상자로 주었습니다.

“어, 웬 선물상자.”

“다른 비행기 과자야.”

나는 얼른 상자를 열었습니다. 처음 보는 비행기 과자입니다. 크기도 전보다 컸지만 모양이 달랐습니다.

“쌍발비행기 과자야.”

쌍발기는 비행기 양쪽 날개에 프로펠러가 달린 폭격기라고 윙윙 형이 말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비행기인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 높이 떠서 다닌다고 합니다. 대공포화10도 닿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폭탄을 어마어마하게 싣고 적지에 들어가선 융단폭격11을 하는 비행기라고 합니다.

윙윙 형은 전처럼 비행기 과자를 들고 날아가는 시늉을 했습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그런데 소리가 다릅니다. 팔도 더 높이 들고 방안을 천천히 돕니다. 엄청 무시무시한 비행기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우야. 나 곧 조종사가 된다.”

나는 속으로 ‘드디어’ 하고 말했습니다. 윙윙 형이 원래 조종사의 꿈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말을 빨리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우야. 근데 잘 안 돼. 조종사 되기 참 힘들다.”

하고 말한 적이 있었거든요. 형은 사실 그때 이미 조종사 훈련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걸 미리 말하면 분명 우리 아빠, 엄마는 펄쩍 뛸 것입니다.

“너 목숨이 몇 개라도 되는 거니? 지금 타는 비행기도 위험해서 우린 매일 초조한 마음으로 사는데.”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윙윙 형이 저녁 밥상 앞에서 드디어 조종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조카…”

엄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외숙모님. 모든 과정을 다 마쳤습니다. 이제 부대 들어가면 소위로 임관합니다.”

엄마는 형이 잘되는 것에 기쁜 표정이었지만 어리둥절한 모습 또한 감추지 못했습니다.

“외삼촌은 알고 있니?”

윙윙 형은 잠시 머리를 숙이더니

“사실은 외삼촌한테 어렵게 허락받고 한 일입니다. 외숙모님한테는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엄마보다 내가 더 기절할 뻔했습니다.

‘뭐야? 아빠도 알고 있었다고?’

엄마는 조금은 밝은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이젠 직접 윙윙 형이 비행기를 몬다고 하니 어디든 멀리 가 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날 밤 늦게까지 윙윙 형과 이 얘기 저 얘기를 했습니다.

“멋진 대한민국의 공군 장교로 성공한 모습을 고향 부모님께 보이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보급품을 나르거나 앰뷸런스 일보다 폭격을 많이 하게 되어 괴로워.”

고민하며 얼굴 찡그리던 형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적을 이기지 못하면 우리가 죽으니까. 그런 게 전쟁이니까.”

윙윙 형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듯이 말했습니다.

“정우야. 이번에 가면 형은 마지막으로 L-5를 타. 그리고 다른 비행기를 탄다.”

“무슨 비행기.”

“무스탕12이야. 나 이미 훈련 다 받았거든.”

“빠른 비행기야?”

“음. 탱크 잡는 비행기야. 물론 적기도 문제없지. 무스탕의 눈에 띄면 적의 탱크와 전투기는 끝장나는 거야.”

윙윙 형은 북한군이 200대가 넘는 T3413 탱크와 야크 전투기14를 몰고 내려왔지만 무스탕 비행기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고 했습니다.

“와, 엄청나네. 무섭다. 형.”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북한 탱크와 비행기는 이제 겁 안나. 다만 대공포화가 가장 무서워. 그걸 잘 피해야 해.”

“와, 우리 형 정말 대단하다.”

“하하. 정말? 근데 아직은 아냐. 부대에 들어가서 고급 훈련 더 받아야 해. 그런 다음 무스탕은 내 것이 되는 거지. 짜잔~”

윙윙 형은 내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비행기 날갯짓을 하며 돌았습니다. 형 입에서는 에에엥 소리가 났습니다. 무스탕 비행기는 속도가 올라가면 고양이 소리 같은 애애앵 소리가 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나도 비행기 날갯짓을 하며 방안을 빙빙 돌았습니다. 나는 높은 음 ‘애애애애 애앵’ 형은 낮은 음 ‘에에에에 에엥’ 하며 돌았습니다. 서로 쳐다보고 눈웃음치며 돌았습니다. 두 목소리도 함께 방안을 빙빙 돌았습니다.

나는 그날 밤에 형이 잠을 잘 못 자고 뒤척이는 걸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윙윙 형은 비행기를 타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 하늘까지 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형이 나에게 한 번도 그런 말을 하진 않았어도 늘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형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늘 아쉽지만 형은 하룻밤만 자고 갔습니다.

엄마와 나는 동구 밖까지 윙윙 형을 배웅을 했습니다. 왠지 그날은 헤어지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조카, 몸조심하게. 꼭 알았지?”

엄마가 간곡하게 형의 팔을 붙잡습니다.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어렸습니다. 형도 눈시울을 붉히며 “네. 숙모님. 건강하십시오.” 하고 대답하더니 얼른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형은 팔을 벌리고 머리를 갸우뚱한 채 비행기 선회하는 모습을 하며 한 바퀴 돌았습니다. 나도 질세라 두 팔을 있는 데로 크게 뻗어 허리를 휘고 돌았습니다. 윙윙 형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두 팔로 비행기 날갯짓을 했습니다. 형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고 어깨를 흔들어 주었습니다. 나는 돌아오는 길 내내 울었습니다. 주머니 속에서 뒹굴고 있는 쌍발비행기 과자만 내 손가락에 다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전쟁이 끝난다는 이야기가 어른들 입을 통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쟁 끝나기 전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국군과 북한군은 죽기 살기로 전투를 한다고 합니다. 우리 아버지가 있는 351고지15는 하루에도 몇 번인가 뺐고 빼앗긴다고 합니다. 국군과 유엔군 비행기들이 351고지를 거의 매일 융단폭격을 한다고도 합니다.

351 고지가 있는 쪽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쿵, 쿵’ 하는 포성이 우리 집까지 들립니다. 밤이면 351고지 쪽 하늘은 불붙는 들판처럼 붉게 물듭니다.

우리 동네 앞길에는 탱크가 줄을 이어 달려가고 하늘에는 비행기들이 수없이 날아다녔습니다. 앰뷸런스와 헬리콥터에 수많은 부상병들이 실려 내려와 후방야전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전쟁이 끝나기는커녕 더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윙윙 형은 이제 무스탕 조종사가 되어 저 하늘을 날고 있겠지.’

비행기 편대들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갈 때마다 난 윙윙 형을 생각했습니다. 목 아픈 줄도 모르고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형, 무사히 돌아와.”

나는 혼잣말로 말했습니다. 매일 그랬습니다.

무더운 밤이었습니다. 너무 더워 마루에 나와 누웠습니다.

“정우야, 그러다 잠들면 목감기 들린다.”

엄마는 전쟁 중이라 밖의 공기가 나쁘다고 합니다.

“잠깐만 누워 있다 들어갈게요.”

나는 마루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밤하늘 별들은 평화롭게 반짝였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조용하지 않습니다. 배경 효과음처럼 우우우웅 소리를 내는 폭격기들이 별빛 행세를 하며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형은 무스탕 조종사가 되었을까.’

나는 움직이지 않는 별과 움직이는 별들을 세어봅니다. 동구 밖으로 멀어진 윙윙 형 모습이 밤하늘에 얼핏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꽈르릉 꽈쾅”

갑자기 마루가 들썩였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 안방을 보았습니다. 엄마가 벌떡 일어나 나를 부르는데 입에서 소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꽈쾅 꽝’다시 한번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집 전체가 들썩였습니다. 뽀얀 먼지가 안개처럼 방안을 덮습니다. 엄마는 이불을 뒤집어쓰며 나에게 얼른 들어오라고 손짓합니다. 방으로 뛰어가며 슬쩍 하늘을 봤습니다. 마침 거대한 비행기 몸체가 우리 집 지붕 위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비행기가 얼마나 낮게 떠다니는지 지붕에 닿을 정도입니다. 엄마와 함께 이불을 쓰고 방에 납작 엎드렸습니다. 우리 마을이 비행기 폭격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쿵쿵 꽝꽝 꽈르르 꽝꽝 수없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비행기들이 우리 동네를 쑥밭으로 만들 셈인 것 같았습니다. 만일 그 폭탄 중 하나라도 우리 집에 떨어지는 날이면. 정말 상상하기 싫습니다. 엄마가 나를 얼마나 꽉 부둥켜안았는지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거기에 엄청난 공포감에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입니다. 그때였습니다. ‘애애앵’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소리였습니다. 윙윙 형에게 들었던 얘기가 순간 떠올랐습니다. ‘무스탕이다!’

“파파팍 찌짓”

폭탄 떨어지는 소리 대신 하늘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는 이불을 배꼼이 열고 바깥 하늘을 보았습니다. 아, 그곳에는 정말 무스탕 전투기 편대들이 적의 폭격기들을 사정없이 공격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적의 폭격기들은 공중에서 폭발하고 부서지고 땅으로 떨어지면서 무스탕 앞에 정말 맥을 못 추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적기들은 모두 격추되고 무스탕 편대들이 하늘을 크게 선회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마당으로 뛰어나와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때 무스탕 한 대가 아주 가까이 우리 집 지붕 위를 날아오더니 ‘빠앙’ 하고 지나갔습니다. 얼핏 보니 조종사가 무엇인가 흔드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습니다. 잠시 후 그 무스탕 비행기가 다시 우리 집을 향해 날아왔습니다. 조종사가 빨간 머플러를 흔들었습니다. “앗. 형이다. 윙윙 형!” 나는 분명히 윙윙 형이란 걸 알았습니다. 형이 드디어 무스탕 조종사가 되어 우리를 구한 것입니다. 나는 제 자리에서 깡충깡충 뛰며 두 팔을 높이 들어 흔들었습니다. 윙윙 형도 나를 보았는지 빨간 머플러를 더 세게 흔듭니다. 형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우야, 형이 왔다. 무스탕 비행기를 몰고 왔다. 어때 형 멋있지?’

“형, 멋있어. 최고야 최고!”

나는 목이 터져라 소리쳤습니다.

‘정우야. 곧 널 만나러 갈 거야.’

윙윙 형은 무스탕 비행기를 다시 한번 크게 선회하다가 우리 마당으로 아주 낮게 날아왔습니다. 형은 무스탕 비행 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습니다.

‘정우야. 곧 다시 보자. 안녕!’

윙윙 형이 장갑 낀 손을 흔들었습니다. 나는 정신없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무스탕 비행기는 날카롭게 애애앵 소리를 내며 하늘로 쏜살같이 솟구쳤습니다. 비행기는 어둠 속 하늘로 금방 자취를 감췄습니다.

“윙윙 형, 윙윙 형!”

“야. 정우야. 얘야. 얘야.”

엄마가 나를 흔들었습니다.

‘뭐야. 이건. 형은?’

나는 눈을 비비며 너무나 생생한 일에 몸을 떨었습니다. 못내 아쉬웠지만 윙윙 형을 꿈에서라도 만났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전쟁이 끝난 것입니다. 한국전쟁은 싸우던 그 자리에서 휴전으로 끝났습니다. 모든 전선이 휴전선으로 새로 그어졌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집으로 곧장 돌아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상으로 후방 야전병원에 있었습니다. 얼마 후에 엄마는 나를 데리고 한나절이나 걸리는 야전병원에 가 누워 있는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정우야. 반갑다.”

엄마와 나는 아버지 손을 붙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는 전쟁 끝나면 온다던 윙윙 형이 소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한참 뭔가를 생각하더니 차분히 말했습니다.

“351고지를 탈환하려고 우린 필사적으로 싸웠어. 온 화력을 다 했지. 수많은 비행기의 폭격도 있었고. 아마, 협이도 351고지까지 왔을 거야.”

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두어 달 만에 아버지는 완쾌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우야. 윙윙 형은 아마 좋은데 가 있을 거야. 너를 그렇게 귀여워했는데 언젠가는 안 오겠니?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그럴 거야.”

한동안 울먹거리며 지내던 나를 엄마와 아버지가 그리 달래줬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도 철이 조금 들면서 꿈을 꾸었던 그날 밤. 우리 윙윙 형은 원 없이 고향 하늘도 가보고 저 높은 창공도 맘껏 날아다니다가 하늘로 돌아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무 때나 불쑥불쑥 비행기 과자를 들고 내 마음에 찾아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보충 내용>


1. 미국 동요(Mary Had a Little Lamb)로 윤석중 선생이 번안한 노래

2. 편대 : 비행기 따위가 3대 이상 짝을 지어 이룬 대형

3. 공중전 : 항공기끼리 공중에서 벌이는 전투

4. 사정거리 : 탄알·포탄·미사일 따위가 발사되어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의 거리

5. PX : 군대에서 군인 및 관계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간식, 생활용품 등 군대에서 지급하는 물건 이외의 물건을 파는 곳

6. 1.4후퇴 : 한국전쟁 때 유엔군과 국군이 북한의 압록강까지 진격했다가 중공군의 대공세로 인해 서울까지 포기하고 대대적으로 퇴각한 사건. 이때 북한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후퇴하는 유엔군과 국군을 따라 남으로 내려오는 민족의 대이동이 있었음

7. 함흥 : 북한 함경남도 도청소재지. 북한의 동해안에서는 가장 큰 도시. 북한에서 인구가 많기로 3번째임

8. 파죽지세 : 적을 거침없이 물리치고 쳐들어가는 당당한 기세

9. L-5 :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군용 비행기 중 한 종류. 전투 비행기가 아닌 훈련기, 연락기. 프로펠러 비행기로 승무원은 2명. 앞좌석 조종사, 뒷좌석은 비행업무를 보았는데 전쟁이 나자 뒷좌석에 기관총을 달고 폭탄을 싣고 전쟁에 나감. 무스탕 전투기가 들어올 때까지 한국전쟁에서 나름 요긴한 작전을 한 비행기

10. 대공포화 : 지상이나 해상에서 공중 목표 주로 비행기나 미사일을 사격하는 포화

11. 융단폭격 : 여러 대의 폭격기들이 마치 융단을 깔듯이 특정한 지역 안에 집중적으로 폭탄을 퍼붓는 일

12. 무스탕 : F51 전투기로 한국전쟁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어온 전투기. 속도, 무장, 기능성이 당시로서는 다른 기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전략적 우수성을 발휘함. 하늘의 수호자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제공권을 장악하여 지상과 하늘을 주름 잡으며 북한군, 중공군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됨. 제트기 전투기의 시작을 알리는 F86 세이버가 등장할 때까지 한국의 주력 전투기로 활동함. 영화 ‘태양의 제국’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비행기가 무스탕 비행기

13. T34 탱크 : 6.25 전쟁 때 북한군이 밀고 온 소련제 탱크. 한 대의 탱크도 없는 남한을 무려 200대가 넘는 T34가 거침없이 밀고 내려옴. 서울거리를 누비며 남한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함. 전쟁 초기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갔으나 미군과 유엔군의 반격으로 전쟁 중 거의 괴멸되어 사라짐

14. 야크 기 : 6.25 전쟁 때 북한군이 몰고 온 소련제 전투기(Yak-9). 전쟁 초기 남침의 주력 전투기로 앞장섰으나 미 공군과 미 해병대 전투기의 상대가 되지 못하여 제공권을 완전 상실함

15. 315고지 : 한국전쟁 휴전을 앞두고 국군, 유엔군과 북한군, 중공군이 필사적으로 차지하려던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고지. 금강산 가는 길목에 있어 금강산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략상 매우 중요한 고지여서 전투가 특히 치열했다고 함. 엄청난 폭격과 전투로 고지가 원래 높이보다 5미터나 깎여 351고지가 되었다고 함. 지금은 북한 땅에 있음